D램 가격 상승세 예상보다 빨라져
전세계적 비대면경제 활성화 영향
원격수업 확대로 노트북 수요 증가
삼성전자-하이닉스 실적 청신호
메모리반도체 D램의 가격 상승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도 전망치를 수정해 가파른 가격 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D램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 합계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시장이다. D램 가격 상승으로 두 한국 기업의 2분기(4∼6월) 실적 전망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2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보고서를 통해 2분기 D램 평균거래가격 전망치를 기존보다 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지난달까지 PC용 D램 가격의 전 분기 대비 상승 폭을 13∼18% 안팎으로 예상했지만 이를 18∼23%로 높여 잡은 것이다. 최대 20% 상승을 예상했던 서버용 D램 역시 20∼25% 상승할 것이라며 전망치를 수정했다.
월별 고정거래가(공급 계약 가격)를 공개하는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D램 가격은 3달러다. 1분기 동안 D램 가격은 지난해 4분기(10∼12월·2.85달러) 대비 5.26% 상승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달부터 D램 고정거래가격의 두 자릿수 상승세가 시작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달 들어 거래가 진행 중인 PC용 D램 모듈의 판매단가는 전 분기인 1분기(1∼3월)보다 25% 상승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며 “5, 6월 이뤄지는 가격 협상 추이를 봐야 하지만 이미 앞선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D램 가격 상승을 이끈 최대 요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에 확산시킨 ‘언택트(비대면) 경제 활성화’다. PC용 D램 가격 상승 폭이 가장 큰 것도 원격수업이나 재택근무 문화가 확산되면서 노트북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PC 제조사들은 지난해부터 급증하는 PC 수요 대응을 위해 생산량을 늘리고, 반도체 재고 확보를 위해 D램을 적극적으로 구매하고 있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늘리는 등 서버 관련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가격 상승을 이끄는 요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초호황기를 뜻하는 ‘슈퍼사이클’은 PC 수요가 폭증했던 2000년대 중반, 모바일 기기가 보편화됐던 2010년 초, 인공지능(AI) 및 사물인터넷(IoT) 등 신산업 기술 관련 연구개발(R&D)이 집중되던 2018년까지 5∼7년 주기로 반복돼왔다”며 “전례 없던 코로나19 사태가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슈퍼사이클 주기를 대폭 앞당겼다”고 말했다.
D램 가격 상승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삼성전자(42.1%), SK하이닉스(29.5%)가 71.6%를 차지할 정도로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3위는 미국 마이크론(23%)이다. 기업들이 보통 3개월 이상 장기 공급 계약을 맺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D램 가격 상승은 2분기 실적부터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1분기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만족스러운 실적을 거두지 못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DS) 사업부문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줄어든 3조500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역시 지난해 1분기 대비 실적이 소폭 상승했지만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28일, 삼성전자는 29일 1분기 실적 발표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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