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22일(현지시간)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재 기후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과의 한미 간 협력에 관한 ‘접점’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미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회의 기조연설에서 제시한 Δ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추가 상향과 Δ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 전면 중단 등 탄소중립 실현 등의 2가지 계획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회의 뒤 브리핑에서 “이제 전 세계 경제의 절반 이상이 향후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폭을) 섭씨 1.5도로 유지하는 데 세계적으로 요구되는 탄소배출 절감에 전념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새로운 NDC를 일본·캐나다·유럽연합(EU)·영국의 관련 발표와 함께 “주요 동맹국들이 고무적인 사례”로 꼽았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또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우리나라의 공적 금융지원 중단 방침을 비롯해 아르헨티나·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의 추가적인 기후변화 대책과 관련해서도 “많은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나 프라이스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에서 2차례나 언급하며 ‘호평’한 건 우리나라뿐이다.
우리 정부의 경우 올 1월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관계 설정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평가가 많다. 바이든 정부가 일본·인도·호주와 함께하는 ‘쿼드’ 협의체를 이른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전략 실행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지속적으로 쿼드와 ‘거리두기’를 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는 미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부터 사실상 쿼드를 중심으로 역내에서 ‘중국 견제’ 전선을 구축하려 했던 것과도 관련이 있다. 우리 정부는 그간 한중관계를 고려해 “배타적 모임엔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미 정부 또한 “쿼드는 생각이 같은 나라들 간의 ‘비공식’ 모임”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외견상 우리나라 등의 참여를 ‘강권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해 온 상황.
그러나 지난 16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정상회담 당시 일본이 쿼드를 연결고리로 미국과 한껏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내달 하순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우리 정부에도 쿼드 관련 문제가 내심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 측이 대놓고 우리 정부에 ‘쿼드’ 혹은 ‘쿼드 플러스’(쿼드+한국·뉴질랜드·베트남) 참여를 요구하지 않는다 해도 일본과는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단 점에서다.
게다가 최근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난 속에 미 정부가 멕시코·캐나다 등 인접국에 이어 쿼드 국가 간 생산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자체적인 공지원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쿼드와의 관계 설정 문제가 우리 정부에 ‘무언의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21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서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며 쿼드 관련 사항을 신경 쓰지 않더라도 미국과의 코로나19 백신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과이 다른 ‘협력 아이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정 장관이 관훈클럽 토론에서 미국과의 반도체·배터리 등 글로벌 공급망 협력을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게다가 기후변화 대응은 바이든 정부가 ‘중국과의 협력’까지 얘기하는 범부처 과제란 점에서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확실한 ‘눈도장’을 받기 위해서도 세부 의제를 선점 또는 주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도 일단 이번 기후 정상회의의 ‘성과’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NDC 추가 상향 및 탈석탄 관련 조치를 발표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기후변화 대응 선도국의 입지를 공고화했다”며 “한미 간 기후변화 분야 협력 확대에도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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