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감염병-소아암 치료에도 1조 기부… “사회공헌 뜻 이을것”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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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유산 사회환원]유족, 코로나 극복-어린이 지원 한뜻
“사회 기대 이상으로 봉사하라” 李회장 생전 ‘기업의 책임’ 강조
미술품 기증-상속세 12조원에 더해 코로나 등 감염병 치료-연구 7000억
희귀질환 어린이에도 3000억 지원

1990년 7월 ‘꿈나무어린이집‘ 현판식에 참여한 고 이건희 회장. 삼성전자 제공
“단순히 상속세 납부를 넘어 이건희 회장을 기리고 고인의 뜻을 되새기자는 의미가 크다.”

28일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이 의료 기부금(1조 원), 개인 소장 미술품 기증(약 2조 원 규모) 등 3조 원 이상의 사회공헌 결단을 내린 것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이 평생 애착을 가져온 사회 난제 해결에 대한 기업의 기여, 어린이 지원, 문화 강국에 대한 바람 등이 고스란히 이날 사회공헌 발표에 담겨 있다는 의미다.

재계에서는 12조 원에 달하는 상속세도 이 회장의 ‘사회 환원’으로 해석한다. 세금도 결국 국민을 위해 쓰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26조 원 유산의 60%에 해당하는 15조∼16조 원이 사실상 사회에 환원된다는 것이다. 한 전자기업 관계자는 “이 회장 재산의 상당수가 삼성 계열사 지분이다.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덕에 상속세도 역대급이 된 것”이라며 “기업을 키워 세금으로 갚는 ‘사업보국(事業報國)’과 더불어 40년 동안 모은 미술품을 국민에게 돌려주며 마지막 사회공헌을 실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건희 컬렉션’이 삼성이 운영하는 리움미술관이 아닌 국립기관에 기증된 것도 문화 인프라가 곧 국격이라는 이 회장의 뜻에 따른 의미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1987년 취임사에서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지금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01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도 “사회적 요구에 관심을 갖고 사회와 더불어 발전하는 것이 기업의 또 다른 책임이다. 이것을 기업의 ‘보이지 않는 책임’이라 여긴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 일가가 의료기관에 1조 원을 기부한 것도 유족이 이 회장이 살아있다면 어디에 기부를 원했을지 고심한 끝에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이 회장은 2008년 삼성 비자금 수사 당시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가운데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며 사재 출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실제 사회공헌 논의가 이어졌지만 2014년 이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논의가 중단됐었다.

유족은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이라고 강조해온 이 회장의 평소 철학을 반영해 의료 분야 지원을 결정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이들이 아픔을 겪는 것을 지켜보며 감염병 극복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고인의 유지를 따르며 우리 사회의 최대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뜻을 모았다. 삼성은 지난해 코로나19 극복에 500억 원을 기부하고 이 부회장이 직접 마스크, 백신 확보 등에 나서는 등 코로나19 해결에 관심을 집중해 왔다.

1조 원 중 7000억 원은 국립중앙의료원 등에 기부돼 감염병 극복에 활용된다.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5000억 원), 백신과 치료제 개발(2000억 원)에 쓰일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국립중앙의료원은 이날 “기부금이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병 위기 대응 역량 구축이라는 목적에 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유족은 또 소아암, 희귀질환으로 고통을 겪지만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이 다양한 지방병원들과 함께 위원회를 구성해 환자 지원 사업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1989년 어린이집 건설 현장을 직접 방문해 하루 급식 칼로리, 가구 모서리 보완을 꼼꼼히 챙기는 등 어린이 복지에 힘써 왔다. 유족도 이번 기증으로 어린이병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한다는 뜻을 병원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수 kimhs@donga.com·서동일 기자
#이건희#이건희 유산#사회 환원#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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