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부터 75세 이상 고령자 대상… 서울시, 각 구청에 “예약 받지말라”
부산-광주-대구 등도 중단 우려… 질병청이 지자체에 속도조절 요청
당국 “2차접종 때문, 부족하진 않아”
5월부터 서울에선 75세 이상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 예약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맞을 화이자 백신이 모자란 탓이다. 2차 접종자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면서 신규 접종자가 맞을 물량이 부족해진 것이다. 우려했던 2분기(4∼6월) ‘백신 가뭄’이 현실이 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9일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날 오전 각 자치구에 보낸 ‘긴급공지’를 통해 “5월부터 고령층 접종 예약을 전면 중지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서울 자치구들은 5월 1일부터 신규 접종 예약을 받지 않을 방침이다. 그 대신 당분간 1차 접종 3주 후 받게 되는 2차 접종만 진행한다. 또 지금까지는 접종 예약자가 건강 상태를 이유로 취소했을 때 다른 고령자를 찾아 접종했는데 이마저도 잠정 중단된다.
이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부산시의 경우 백신 물량이 부족해 1차 접종 중단을 검토 중이다. 광주 지역도 자치구 5곳 중 3곳의 경우 5월 초 일시적인 접종 중단이 우려된다. 대구시는 29일 방역당국이 당초 계획된 화이자 백신 물량의 절반만 공급한다고 통보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대도시뿐 아니라 경남 일부 군 단위 지역에서도 1차 접종 중단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질병관리청이 각 지방자치단체에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속도를 늦춰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화이자 백신은 29일 0시 기준으로 국내에 총 211만7000회분이 도입됐다. 이 중 144만3090회분이 접종에 쓰였다. 남은 양은 약 67만 회분이다. 최근 하루에 약 15만 회씩 접종이 이뤄지는 걸 감안하면 4, 5일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백신이 부족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2차 접종이 본격화하니 그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며 “물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단 질병청 설명대로 화이자 백신은 주기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28일 25만 회분에 이어 다음 달 6일 43만 회분이 추가로 들어올 예정이다. 하지만 백신 접종 속도를 감안하면 상당량이 2차 접종에 사용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1차 접종이 충분히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 접종 기다리던 고령층 혼란
7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이 다음 달부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4월 300만 명 접종’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신 접종을 기다려 온 고령층은 물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사전 동의 등 관련 업무에 속도를 냈던 지방자치단체의 혼란이 우려된다.
2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는 이날 오후 3시 30분 300만 명을 넘었다. 정부가 4월 중 달성하겠다고 공언한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하지만 보유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신규 1차 접종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28일 국내에 들어온 화이자 백신 25만 회분은 국가출하승인 절차가 끝나는 다음 달 3일부터 사용될 예정이다. 6일에도 최소 43만 회분의 백신이 들어온다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미 1차 접종을 받은 사람이 128만여 명에 달한다. 이들이 맞아야 할 2차 접종분을 감안하면 1차 접종을 충분히 재개할 정도의 분량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5월 안에는 (1차 접종) 진행 시점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5월에 결정이 내려져도 재개 시기는 그 이후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현장 불안은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주민센터 직원은 “고령층 대상으로 동의를 빨리 받으라고 해 매일 야근하면서 4, 5월에 접종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며 “앞으로 접종 안 해준다고 쏟아질 민원은 누가 감당하겠느냐”고 했다.
서울시는 이날 백신 접종 신규 예약 중단과 관련된 긴급공지를 공문이 아니라 서울시와 각 구청의 백신 담당자들이 모인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전달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백신접종지원TF 관계자는 “속도를 조절하라는 취지였지 예약을 받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자치구 관계자들은 “예약 중단은 29일 오전에 내려온 서울시의 지침을 따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백신 대량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한 2분기(4∼6월) 내내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날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을 대상으로 요양병원 시설 대면 면회를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28일에는 백신 접종자의 자가 격리 의무를 면제하는 등 ‘인센티브’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백신 물량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서울시내 일부 병·의원들은 각 보건소로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제때 보급이 힘들 수 있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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