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덮친 ‘삼중 변이 바이러스’, 넌 누구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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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력 관여 특정 단백질에 변이… 코로나19 생존력 높일 가능성
인도서만 하루 30만 명 확진… 대유행 주요 변수 될 수 있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모습. 표면에 있는 돌기 모양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생기면 감염력이 높아지거나 항체에 대한 면역 회피 능력이 생길 수 있다. 최근 인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제공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모습. 표면에 있는 돌기 모양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생기면 감염력이 높아지거나 항체에 대한 면역 회피 능력이 생길 수 있다. 최근 인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제공
최근 인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30만 명 넘게 발생하는 등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중 변이 바이러스’에 한 번 더 변이가 발생한 ‘삼중 변이 바이러스’까지 등장해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다른 변이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강하고 면역 회피 능력이 더 뛰어난 것으로 우려된다. 각국 전문가들은 “삼중 변이 바이러스가 비교적 최근에 발견돼 아직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대유행의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달 인도 매체들은 수도인 뉴델리를 비롯해 마하라슈트라주, 벵골주 등 인도 전역에서 삼중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의 바이러스 학자들은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삼중 변이 바이러스를 분석한 자료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기존에 영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들은 바이러스의 게놈(유전체)에 두 군데 이상 변이가 일어났지만 코로나19의 감염력을 높이고 면역 회피를 일으키는 변이는 하나만 발생했다. ‘L452R’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에서, ‘E484K’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에서 처음 발견됐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처음 보고된 변이 바이러스에선 ‘E484Q’와 ‘L452R’라는 두 가지 변이가 한꺼번에 나타났다. 이 때문에 다른 변이 바이러스와 구별해 ‘이중’ 변이 바이러스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달 초 발견된 삼중 변이 바이러스는 이중 변이 바이러스를 모태로 하면서 한 번의 변이를 더 거친 경우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382번째 아미노산인 발린(V)이 류신(L)으로 바뀐 변이인 V382L이 추가됐다. 전문가들은 새로 변이가 생긴 부분이 인체 세포 수용체와 결합하는 부위라는 점에서 면역 반응과 감염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올린 디브야 소우파티 인도 과학산업연구회(CSIR) 연구원은 자신의 SNS에 자료를 올리며 “새 변이인 V382L이 어쩌면 파괴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현 시점에서 반드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변이임에는 분명하다”고 했다.

코로나19의 유전물질인 RNA에는 염기가 약 3만 개 있다. 코로나19는 유전물질인 RNA를 복제해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만든 후 이를 이용해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을 만든다. RNA에 있는 염기를 복제할 때 1만 개당 한 번꼴로 잘못 읽어 들이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3개의 염기가 차이난다. 결국 코로나19가 여러 사람에게 퍼지면서 변이가 생길 기회가 많아지고 인도처럼 확진자가 늘어나면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숙주세포 1개에 들어갔을 때 수천 번의 변이가 발생하는데 세포 수까지 고려하면 수많은 변이가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며 “이 중 상당수는 증식을 못하게 하는 변이나 아무 차이도 없는 변이인데 그중 증식에 유리한 변이가 살아남아 우리 눈에 띄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mnchoo@donga.com
#인도#삼중 변이 바이러스#감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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