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쪽 주차 차량 블랙박스 확인을”… 인근 주민들, 제보 당부 공고문
시신 찾은 민간구조사도 수색 계속, 같은 기종 폰 발견… 친구 것은 아냐
‘사인 규명’ 靑청원 24만명 동의… “수색 지원할 방법 찾자” 글 올려
일부 허위제보에 가짜뉴스까지, 경찰 “여러 억측, 수사에 되레 방해”
국과수 부검결과 이달중순 나올듯
“25일 새벽 한강공원 출입구 쪽 도로에 주차했던 분들은 차의 블랙박스 확인을 부탁드립니다.”
4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아파트단지에는 애절한 호소를 담은 공고문이 붙었다. 공동현관은 물론이고 아파트 건물의 모든 엘리베이터에도 같은 글이 부착됐다. 반포한강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22)를 언급하며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제보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손 씨의 아버지 블로그 주소도 함께 담겨 있다.
이 공고문은 손 씨의 유족이 붙인 게 아니었다. 아파트관리실 관계자에 따르면 몇몇 주민이 관리실에 요청한 뒤 직접 일일이 붙인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손 씨 가족과 아무 관계도 없으며 자발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의 한 50대 주민은 “손 씨 소식을 듣고 비슷한 나이대의 조카가 떠올라 많이 울었다. 꼭 관련 증거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25일 오전 3시 전후 공원을 방문한 차량의 블랙박스를 전수 조사하고 있다.
실종 5일 만인 지난달 30일 숨진 채 발견된 손 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사건 당일 손 씨의 흔적을 찾아 유족을 도우려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장 주변 주민들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증거가 될 만한 정보들을 모으는가 하면, 온라인에서도 손 씨의 아버지에게 다양한 제보를 보내오고 있다고 한다.
손 씨의 시신을 가장 먼저 발견한 민간구조사 차종욱 씨(54)도 자발적으로 현장에서 무료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시민들은 차 씨를 위해 간식 등을 준비하겠다고 나섰으나, 차 씨는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며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4일 차 씨는 공원에서 손 씨와 술을 마셨던 친구 A 씨의 것과 같은 기종의 휴대전화를 찾았지만 경찰이 확인한 결과 A 씨의 휴대전화는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5일 다시 한강에 나가 수색하겠다”며 “자원봉사자 20, 30명이 도와주시기로 했다. 오전 9시부터 수중과 잔디밭, 수풀 등을 수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손 씨의 사인을 밝혀 달라’는 글에는 4일 오후 6시 기준 24만 명이 넘게 동의했다. 인터넷에는 “유족이 최고의 변호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성금을 모으자” “한강 수색을 도울 금전적 지원 수단을 알아보자”는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은 고마운 일이나 일부에선 허위 제보를 하거나 억측을 부풀려 경찰 수사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 씨의 아버지도 4일 동아일보와 만나 “사실을 전혀 모르거나 추측을 바탕으로 제보하는 분들이 많은데,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인 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셈”이라고 호소했다. 아버지는 또 “4일 오후 1시경 서울중앙지검에 진정서를 냈다”며 “수사가 미흡한 일이 없도록 해 달라는 요청과 증거 소실 전에 조치를 취해 달라는 내용을 담았다”고 말했다.
관련 가짜뉴스도 범람하고 있다. 익명게시판 ‘에브리타임’에는 “손 씨와 같은 과에 다닌다. 당시 공원에 함께 있었다. 경찰에 제보하겠다”는 글이 올라왔지만 지어낸 얘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A 씨의 아버지가 강남세브란스병원 의사라거나 퇴직한 강남경찰서장이라는 신상 털기식 게시물들도 쏟아졌다. 역시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의 여러 억측은 진실을 밝히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며 “근거 없는 루머를 퍼뜨리면 법적인 책임을 질 수 있으니 주의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는 이달 중순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 법의학자는 “부검을 통해 시신에 있는 상처의 발생 시점이 언제인지 밝힐 수 있다. 외부 압박이 있었는지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비교적 약한 힘으로 밀치는 등의 충격은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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