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다이애나 비극의 인터뷰 사기로 성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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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만에 인정… “조건없이 사과”
찰스 불륜폭로에… 2300만명 시청
“위조서류로 다이애나 동생 압박… 기자 부적절 행동… 편집기준 위반”
윌리엄-해리 “모친 목숨 앗아가”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빈(왼쪽)이 1995년 11월 공영 BBC방송 인터뷰를 통해 남편 찰스 왕세자의 불륜을 폭로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마틴 바시르 당시 BBC 기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BBC 제공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빈(왼쪽)이 1995년 11월 공영 BBC방송 인터뷰를 통해 남편 찰스 왕세자의 불륜을 폭로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마틴 바시르 당시 BBC 기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BBC 제공
“우리 결혼에는 셋이 있어 조금 복잡했다.”

1995년 11월 영국 공영방송 BBC 인터뷰에서 남편 찰스 왕세자(73)의 불륜을 폭로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다이애나 왕세자빈(1961∼1997)의 인터뷰가 당시 마틴 바시르 BBC 기자(58)의 사기 행위로 이뤄졌다고 BBC가 26년 만에 인정했다. 이 인터뷰는 약 2300만 명의 시청자를 모았고 왕세자 부부의 이혼, 파파라치의 추격으로 인한 왕세자빈의 죽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왔다.

지난해 11월부터 BBC 측의 의뢰를 받고 사기 인터뷰 의혹을 조사해온 전직 대법관 존 다이슨 경은 20일(현지 시간) 보고서를 통해 “바시르가 부적절하게 행동했고 BBC의 편집 기준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밝혔다. BBC 역시 “공영방송의 윤리와 투명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조건 없이 사과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4년 차 기자였던 바시르는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해 다이애나빈의 남동생 얼 스펜서 백작을 만났다. 그는 백작에게 “왕실 직원들이 돈을 받고 다이애나빈의 개인정보를 흘렸다”며 위조한 은행 명세서를 들이밀었다. 다이애나빈의 개인 전화 또한 도청되고 있다며 이런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자신과 인터뷰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지난해 11월 인터뷰 방영 25주년을 맞아 스펜서 백작이 “바시르의 속임수로 인터뷰가 이뤄졌다”고 주장해 파문이 확산됐고 외부 인사인 다이슨 경을 통한 독립 조사가 실시됐다.

바시르는 런던에서 파키스탄계 이민자 후손으로 태어나 무명 프리랜서 스포츠 기자로 일했다. BBC로 옮긴 직후 다아애나빈을 인터뷰했고 이를 계기로 유명 언론인이 돼 승승장구했다. 바시르는 지난주 다이슨 경이 BBC에 조사 보고서를 제출하기 직전 건강을 이유로 퇴사했다.

다이애나빈의 아들 윌리엄 왕세손(39)과 해리 왕손(37)은 20일 각각 성명을 발표하며 BBC를 질타했다. 둘은 “기만적인 인터뷰가 부모님 관계를 악화시키고 많은 이에게 고통을 줬다. 결국 어머니 목숨까지 앗아갔다”고 비판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다이애나#왕세자빈#인터뷰#불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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