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현대차·SK·LG 美 투자, 새 글로벌 공급망 주도 기회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2일 0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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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현대차 SK LG 등 한국 간판 기업들이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잇달아 미국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BBC(바이오 배터리 반도체칩)와 전기차 분야에 걸쳐 투자 규모는 40조 원에 이른다. 첨단산업의 공급망(Supply Chain) 재편에 나선 미국 요청에 화답하는 성격이지만 한국이 끌려다니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기회라고 볼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 발표를 앞두고 있다. 현지에서는 투자처로 텍사스 오스틴이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상용화한 반도체 공정 가운데 가장 앞선 5나노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반도체 격전지인 미국에서 경쟁 업체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매년 40%씩 성장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과 수소 인프라 등에 74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SK와 LG가 미국 완성차 업체와 합작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포드와 손잡고 연간 전기 트럭 60만 대 규모의 배터리를 공동 개발 및 생산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스’를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백신 리더십’은 미국의 전략 과제다. 이번 정상회담 기간 중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와 양해각서(MOU)를 교환한다. 미국 제약사들이 한국 기업과 백신동맹을 맺은 셈인데,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과 생산 능력을 갖춘 한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미국은 첨단산업 공급망을 놓고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놓칠 수 없는 한국은 곤란한 입장이지만 이런 구도를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미국 주도 공급망에서 BBC와 전기차까지 두루 경쟁력을 가진 나라는 한국 외에는 거의 없다. 한국이 새 공급망에서 탄탄한 입지를 갖게 되면 중국과의 경쟁과 협력에 지렛대로 이용할 수 있다. 정부와 재계는 급변하는 글로벌 질서에서 한국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함께 국가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삼성#현대차#미국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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