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워싱턴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 의제에 한국 미사일 개발의 족쇄가 됐던 한미 미사일지침을 완전 해제하는 문제가 포함됐다고 한다. 미사일지침이 해제되면 800km 이내로 묶여 있던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없어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도 가능해진다. 회담 뒤 나올 공동성명에는 2018년 남북 판문점선언을 존중한다는 취지의 문구도 담길 것이라고 한다.
미사일지침 해제는 한국이 42년 만에 완전한 ‘미사일 주권’을 확보하게 된다는 점에서 대칭적 동맹 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의 미사일 개발은 1979년 ‘사거리 180km, 탄두중량 500kg 이내’로 제한된 이래 여러 차례의 지침 개정으로 탄두중량 제한은 완전히 해제됐지만 사거리는 여전히 800km로 묶여 있었다. 이 족쇄까지 벗게 되면 제주도에서도 북한 최북단까지 사정권에 넣게 되면서 억지력은 크게 향상될 수 있다.
사실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위한 양국 간 공조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새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된 이래 일관되게 북한을 향해 대화 복귀를 손짓해 왔다. 백악관은 이번 회담을 앞두고 ‘최대의 유연성(maximum flexibility)’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미 공동성명에 판문점선언에 대한 존중 의사를 담은 것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자세 변화를 거듭 촉구한 것이다.
그렇다고 도발의 빌미만 노리는 듯 대결적 자세를 버리지 않고 있는 북한에 마냥 태도 변화만 기다릴 수는 없다. 억지(deterrence)는 상대로 하여금 공격을 통한 이익보다 보복에 따른 손해가 더 클 것이라고 판단하게 만들어 스스로 공격을 자제시키는 것이다. 억지력 확보는 평화 유지를 위한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방위전략이다. 동맹관계도 그 자체가 억지력이며, 안보능력을 강화·지원하는 것은 상호 의무이기도 하다.
이런 억지력 강화는 북한과 중국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은 한국군의 통상적 전력 증강에도 터무니없이 반발해왔다. 중국도 미국의 중국 견제노선에 한국이 한 발 들여놓은 것이라며 노골적인 경계심을 표출할 수 있다. 하지만 불법 개발한 핵무기를 억지력이라고 내세우는 북한도, 그런 북한을 비호하는 중국도 그 어떤 시비를 할 자격이 없다. 특히 중국은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지 않고선 더 큰 압박에 직면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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