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으로 실려와 입고된 상자 10여 개가 바닥 위 팔레트에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었다. 상자들은 크기, 색깔이 제각각이다. 상자를 향해 2m 남짓한 길이의 로봇 팔이 다가왔다. 로봇 팔은 제각각인 상자들을 8개 흡착기로 붙잡아 컨베이어벨트 위로 옮겼다.
반대편에선 상자들이 출고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상자들이 도착하자 로봇 팔은 상자들을 잡아 팔레트에 보기 좋게 층층이 쌓아 올렸다. 이 로봇 팔은 쉬는 시간 없이 최대 40kg의 물품을 시간당 420번 들어 옮기는 속도로 작업을 진행한다.
다른 한편에선 로봇 팔이 명령에 따라 창고를 정리하는 모습이 시연됐다. 상자에 적힌 글씨 등을 인식해 순서대로 정리하는 기술이다. 로봇 팔은 ‘틱보스대현로’ 순서로 놓인 상자들을 카메라로 인식한 뒤 미리 입력된 명령어에 따라 ‘현대로보틱스’ 순으로 상자들을 재정리했다.
한 로봇은 사람이 비집고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건물 2층 높이의 보관대에서 물건을 잡아 지상으로 안전하게 옮겼다. 전병천 현대L&S 기술영업팀 선임은 “로봇은 물류센터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상당 부분을 수행할 수 있다”며 “로봇물류가 도입되면 물류센터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안전사고 위험도 피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물류 수요가 크게 늘면서 전 세계 물류 현장에서 이처럼 ‘로봇’을 활용한 물류 자동화, 무인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택배 물량은 33억7000만 개로 2019년보다 20.9%(5억8300만 개) 늘었다. 특히 새벽배송, 익일배송 등 속도 경쟁에 나선 물류업계로서는 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게 됐고, 배송거리를 짧게 하고자 도심 내 물류기지 확보에 나서면서 로봇 물류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식료품 유통 등에서 먼저 들어온 순서대로 내보내는 ‘선입선출’과 같은 정확한 관리가 로봇 물류의 장점으로 꼽힌다. 또 로봇을 쓰면 좁은 공간에 높게 물류기지를 만들 수 있어 땅값이 비싼 도심에 물류기지 구축이 용이하다.
시장조사업체 로지스틱스IQ는 2026년 세계 물류창고 자동화 시장 규모가 300억 달러(약 34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2019년의 2배에 달한다. 물류 및 로봇업계는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국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은 2012년 7억7500만 달러에 물류 자동화 기술을 가진 ‘키바시스템’(현 아마존로보틱스)을 인수했고, 미국의 파브릭과 엑소텍솔루션스 등 물류 자동화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은 1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투자받았다. 영국 온라인 유통업체 오카도는 자체 개발한 물류 자동화 시스템을 미국, 일본, 캐나다, 프랑스 유통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미래 신사업으로 물류 자동화에 나서고 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부사장) 주도로 현대로보틱스의 산업용 로봇 기술에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을 엮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전담 자회사 현대L&S를 세워 본격 수주전에도 나섰다. 한종수 현대L&S 스마트물류사업부문장(상무)은 “제조분야에서 산업용 로봇이 필수가 됐듯 물류에서도 로봇이 활약하는 모습이 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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