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노무현’의 삶처럼 분열과 갈등을 넘어 국민통합과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희망을 놓지 않겠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12주기 추도식에서 “국민의 가슴속에 희망을 심는 정치가 될 수 있도록 항상 깨어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추모식에 모인 여야 인사들도 한목소리로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 여권 대선 주자들 “盧 뜻 이루겠다”
이날 추도식에는 친노(친노무현) 인사들도 대거 모였다. 1990년 ‘3당 합당’ 뒤 노 전 대통령과 이른바 ‘꼬마 민주당’에 남았던 김 총리는 “대통령님께서 최고위원 시절 하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그때 당신께서는 저희들이 힘들고 주저하면 ‘뭘 그리 망설이노? 팍팍 질러라!’고 호통을 쳐주셨다”고 회상했다. 노 전 대통령 퇴임 뒤 봉하마을로 함께 향했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추모객들을 맞았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홍보기획비서관으로 일했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도 추도식에 참석해 “노 대통령이 필생 지향했던 ‘통합의 정치’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된다”고 했다. 2017년 대통령 취임 직후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조화로 추모를 대신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여권 차기 주자들도 추도식에 참석했다. 차기 대선 주자들은 저마다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 최대 계파인 친문 진영의 표심을 의식한 행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에 “당신께서 떠나신 후 새로 태어난 수많은 노무현들 중 하나로서, 우리 모두의 과거이자 미래인 당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온 힘 다해 노력하겠다”고 적었다. 이 지사는 6일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와 함께 봉하마을을 찾아 이날 추도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2002년 대선 후보 시절, 부족한 제가 대변인으로서 당신을 모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보고 싶다. 그립다”며 “당신은 우리에게 선물이었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도 페이스북에 “당신을 정치적으로 타살한 세력이 반칙과 특권으로 발호하려 한다”며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함께 ‘좌(左)희정, 우(右)광재’로 꼽혔던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이날 추도식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려고 한다”며 경선 도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의원은 27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 野 “진정성의 盧, 위선의 文”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이날 봉하마을을 찾았다. 국민의힘은 지난해에도 주호영 당시 원내대표가 추도식에 참석한 바 있다. 추도식 내빈석에 앉은 유일한 보수 야권 인사였던 김 권한대행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도 인사를 나누며 “가끔씩 찾아뵙겠다”고 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추도식에서 “특별히 김 권한대행님과 정의당 여영국 대표님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도 했다.
김 권한대행은 추도식 후 기자들과 만나 “아픈 역사의 현장에 다시 왔다”며 “좀 더 개방적인, 통 큰 소통과 진영논리를 넘어선 통합의 정신이 아쉬운 요즘 시점에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남기신 그 뜻을 우리의 이정표로 삼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야권 대선 주자들은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앞세워 문재인 정부를 성토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적어도 노 대통령은 지지층에 욕먹을 용기는 있는 분이셨다”며 “진정성의 노 대통령은 부활했지만, 위선의 문 대통령은 일말의 연민이나 동정심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그분이 살아계셨다면, 공정이 무너지고 위선이 판을 치는 현 정권의 모습에 크게 실망했을 것”이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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