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반부패수사부와 공공수사부 등 일부 전담부서 외에 일반 형사부는 부패 및 공직자, 경제, 선거, 대형 참사, 방위사업 등 이른바 6대 범죄 수사를 개시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23일 밝혀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검찰청 조직개편안’과 의견 조회 요구를 담은 공문을 21일 대검찰청을 통해 전국 지방검찰청에 보냈다. 법무부는 이달 말까지 의견을 취합한 뒤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다음 달 검찰 인사 전에 국무회의에서 개편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A4용지 9장 분량의 개편안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일반 형사부의 업무에서 6대 범죄는 제외된다. 서울중앙지검을 제외한 다른 지방검찰청에서는 형사부 중 1곳에서만 6대 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하고, 검찰총장의 승인이 없으면 수사를 개시할 수 없게 된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일반 형사부가 수사 중인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 폐쇄 의혹 사건 등과 같은 수사 착수에 제약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의 직접 수사 부서에 대한 통폐합도 진행된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반부패수사1, 2부와 강력범죄수사형사부 등 3개 부서가 반부패·강력1, 2부 등 2개 부서로 통합된다. 서울남부지검에는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이 신설된다. 지난해 1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증권범죄합수단을 폐지한 이후 대응 역량이 낮아졌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일부 부서만 허락을 받고 수사를 개시하라고 한 것은 수사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단독]檢형사부, 총장 승인없이 6대범죄 수사 착수못해… 검사들 반발
법무부, 검찰조직 대대적 개편 착수
법무부가 21일 대검찰청에 내려보낸 검찰 조직 개편안에는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핵심인 ‘검찰 수사권 축소’를 관철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은 부패·공직자·경제·선거 등 6대 범죄로 쪼그라들었는데 이번 직제 개편으로 일반 형사부는 이들 범죄 수사가 제한되는 등 그나마 남은 수사 기능마저 축소되기 때문이다. 법무부의 조직개편안을 확인한 검사들은 “검찰개혁의 마무리 투수라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더 철저하게 묶기 시작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형사부가 ‘정권 수사’하자 통제장치 마련한 듯
법무부의 ‘2021년 상반기 검찰청 조직개편안(案)’에 따르면 6대 범죄 등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부나 공공수사부 등 전담부에서만 할 수 있다. 법무부는 해당 공문에서 “통상의 형사부는 일반 형사사건을 담당하도록 돼 있는데 이는 6대 범죄와의 구분이 불명확하다”며 “형사부 분장사무인 일반 형사사건에서 ‘6대 범죄’ 사건을 제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중앙지검은 전담부에서만 6대 범죄 수사가 가능하고, 그 외 다른 지방검찰청은 형사부 ‘말(末)부’에서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지검 형사부에서 공직자 비리 등 6대 범죄를 인지하거나, 관련 고발장이 접수된 경우에도 검찰총장의 승인 없이는 수사에 착수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산하의 반부패수사부가 손발이 묶인 사이, 일선 검찰청의 형사부가 일부 ‘정권 사정(司正)’ 수사를 했던 점을 고려해 예방적 조처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실제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관련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은 수원지검 형사3부가 수사해왔다. 또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 폐쇄 의혹이나 이상직 의원 배임 횡령 사건은 각각 대전지검 형사5부와 전주지검 형사3부 등 형사부 말부에서 수사해 왔는데 앞으로는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야만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7월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 변호사)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라는 권고를 내놓자 하루 만에 “형사사법의 주체는 검찰총장이 아닌 검사”라며 개혁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검찰 안팎에서는 “법무부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재임할 때는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문제 삼다가 이제는 입장을 바꿔 총장의 승인 없이는 6대 범죄 수사를 할 수 없게 막아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일부 지방검찰청의 강력부를 반부패강력부로 통폐합하고, 수사 협력 부서인 반부패수사협력부를 신설하는 방안도 개편안에 포함시켰다. 노태우 정부 당시 ‘범죄와의 전쟁’을 주도하는 등 전국 조직범죄 수사의 메카로 불렸던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지난해 직제개편 때 ‘강력범죄형사부’로 명패를 바꿔 명맥을 유지했지만 결국 반부패부에 통폐합될 운명을 맞았다. 일선에선 “폭력조직이 주가를 조작하고, 해외 자본을 끌어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점령하는데 검찰은 손을 쓸 수가 없어졌다”는 씁쓸함이 감돈다.
반부패수사협력부 신설은 경찰의 반부패 범죄 수사에 대한 검찰의 통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검찰 기능의 초점을 경찰 수사에 대한 지원과 협력에 맞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 추미애가 없앤 금융범죄수사단 사실상 ‘부활’
서울남부지검에는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가칭)이 신설된다. 추 전 장관이 지난해 1월 비직제 부서였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폐지하면서 자본시장에 대한 감시 기능이 취약해졌다는 법조계와 금융권의 지적이 반영된 것이다. 법무부는 “라임·옵티머스 등 대형 금융사건이 발생할 경우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유관 기관이 상시 협력할 수 있는 대응체계를 복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검경 수사권 조정의 취지에 따라 검사가 직접 피의자를 불러 조사하거나 수사하지는 않고 수사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직전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을 지낸 김영기 변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와 연계되지 않은 타 기관과의 협력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며 “법무부가 합수단 부활에 대한 여권 안팎의 반감을 의식한 게 아닌지 궁금하다”고 했다.
법무부는 부장검사들에게 희망 보직을 25일까지 지망하라고 통보했다. 이번 직제개편이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취임 후 단행될 대대적 인사안의 밑그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부장검사의 필수 보직기간은 통상 1년인데 직제개편을 할 경우 ‘1년 제한’에 구애받지 않고 대규모 인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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