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폭락…부동산으로 흐르는 유동성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4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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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고객센터 전광판에 4200만 원대로 떨어진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고객센터 전광판에 4200만 원대로 떨어진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갖고 있던 주식과 가상화폐를 모두 정리하고 수도권에서 전세를 끼고 매입할만한 집을 알아보고 있다. 부동산 투자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A씨는 “올 들어 주식 수익률이 좋지 않은데다 가상화폐 시세도 출렁여 안심할 수 없다”며 “그동안 낸 수익으로 비규제지역 아파트나 재건축 가능성이 있는 소형 아파트라도 사두려 한다”고 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 상승폭이 커지면서 주식과 가상화폐로 쏠렸던 유동성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향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서울과 지방 일부 지역은 1~5월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지난 한 해 상승률을 넘어섰다.

●분양권, 상가, 저가 아파트로 자금 이동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 셋째 주(17일 조사 기준)까지 서울 노원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2.38% 올랐다. 지난해 연간 상승률 2.06%를 4개월 3주 만에 넘어선 것이다. 올해 초 6억~7억 원 선에 거래되던 상계주공6단지 전용 58㎡은 최근에는 8억 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서울 강남, 서초, 송파, 양천구와 마포, 동작, 성북구 등도 지난 한 해보다 올해 1~5월 상승률이 더 높다. 도심과 가까워 젊은 직장인들이 선호하거나 재건축 단지가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지방은 비규제지역 상승세가 뚜렷하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지방 대도시 상당수가 지난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강원 속초시 ‘속초디오션자이’ 전용 131㎡ 분양권은 최근 16억9000만 원에 거래되며 주택담보대출 금지선인 15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속초시는 지난해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0.4%였지만 올 들어 2.98% 올랐다. 지난해부터 오르고 있는 전세가격도 이 같은 매매가격 상승세를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식, 가상화폐 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상가로도 향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 빌딩 중개·매입 컨설턴트 B씨는 최근 30대 초반 투자자에게 100억 원대 상가 빌딩 매입을 주선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계좌에 쌓아둔 현금을 인출 한도에 맞춰 빼내며 매입 대금을 치르느라 계약부터 잔금을 치를 때까지 3주 가량 걸렸다. B씨는 “스타트업을 운영하거나 가상화폐 투자로 성공을 거둔 20,30대들이 빌딩 매입에 관심 갖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 단기 급등에 따른 거품 우려도

취득세 중과 배제 등 규제를 덜 받는 공시가격 1억 원 미만 아파트를 노리는 틈새 투자 수요도 여전하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일출봉 인근의 한 연립주택은 50채 미만의 단지인데도 올해 1분기(1~3월)에만 매매 5건이 이뤄졌다. 올해 공시가격이 모두 5000만 원대 후반이다. 현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물이 나오자마자 대기하던 육지 사람들이 곧바로 사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대출, 세제 규제 등으로 거래량 자체가 줄었지만 부동산 투자 선호도는 여전히 높다고 본다. 국토연구원도 이날 보고서에서 “2015년 이후 주택 수익률이 주식시장에 비해 높아졌고,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저금리 및 풍부한 유동성은 주택시장의 불안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주식시장 투자자 예탁금 규모는 올해 1월 말 68조 원 규모였지만 4월 말에는 58조 원까지 줄었다. 4월 5일 기준 96.1이었던 서울의 주택시장 매매수급지수는 이후 계속해서 상승해 17일 104.8을 나타냈다. 100을 넘으면 매도자보다 매수자가 많은 것으로 본다. 안성용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 부동산팀장은 “최근 주식이 고점이라는 인식이 많다보니 자산가들도 부동산 투자를 안전자산으로 보고 비중을 늘리는 추세”라고 전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단기간 급상승한 만큼 거품이 생겼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정부 규제가 특정 시기, 지역에 집중돼 집값이 더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며 “정책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새샘기자iamsam@donga.com
정순구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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