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美로 한발 더 다가서… 中반발 대처할 치밀한 전략 세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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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이후]한미동맹-남북미 관계 긴급 점검
화정평화재단-서울대국제학연구소 세미나

2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열린 ‘한미 동맹 어디로―한미 정상회담 이후의 남북미 관계’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과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이번 세미나에서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뒷줄 왼쪽부터) 등이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열린 ‘한미 동맹 어디로―한미 정상회담 이후의 남북미 관계’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과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이번 세미나에서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뒷줄 왼쪽부터) 등이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역대 어느 한국 정부보다도 미국의 의중에 가장 근접했다. (중국 견제 동참에서) 문재인 정부가 동의할 것이라 생각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갔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2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열린 ‘한미 동맹 어디로―한미 정상회담 이후의 남북미 관계’ 긴급 세미나에서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이번 세미나는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남시욱)과 서울대 국제학연구소(IIA)가 공동 주최했다.

참석자들은 “우리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고집하다가 미국 쪽으로 한 발짝 다가서는 ‘경로 변경’은 제대로 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우리 정부가 임기 내 북한 문제 진전을 위해 임시방편으로 미국의 중국 견제에 호응한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 외교 정책의 중요한 변화인 만큼 장기적으로 보고 중국에 배경을 제대로 설명하고 반발에 대처하는 등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 “중국 견제 호응-대북정책 협력 주고받은 바터”
위 전 대사는 “한국이 미국의 중국 관련 관심사를 배려하고 북한과 관련한 한국 관심사를 미국으로부터 받아낸, 바터(barter·물물교환)를 한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회담서) 한국이 부응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추구하는 동맹의 지역 및 글로벌 역할 확대에 일대 진전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공동성명 전반적으로 한미 간 이견을 조정하려고 상당히 노력했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며 “한미동맹의 구체적인 방향성을 잡았다”고 했다. 외교통상부 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교수도 “공동성명이 역대 어느 보수 정부보다도 중국보다 미국 측에 대단히 가까이 가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서 대단히 놀랐다”고 했다.

다만 우리 정부의 태세 전환이 새로운 전략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위 전 대사는 “(미국 쪽으로 다가서는) 정책 전환이라면 국내, 국제적으로 (이런 신호를 보내는) 사전정지 작업이 있어야 했지만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며 “공동성명에서 미국으로부터 북한 관련 표현을 얻어내기 위해 미국의 요구에 동의해준 것이지 정책 전환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청와대는 정상회담 후 미국으로 무게추를 옮기는 정책 변화라고 설명하지 않고 여전히 “외교안보 동맹으로서 미국과 경제협력 파트너로서 중국이 모두 중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한국이 앞으로 어떻게 (중국 견제에 동참)할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면에서 한국이 이를 위한 후속 조치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는 게 위 전 대사의 지적이다.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 공동성명에 대만 등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가 포함되자 중국이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데 대해 “(성명에는) 중국이라는 말 자체가 없고 원론적인 표현을 했다”며 “중국이 문제 있는 나라라고 조목조목 비판한 지난달 미일 공동성명과 비교하면 중국 입장에서 한국이 상당히 애를 썼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 “北이 대화 나오느냐가 회담 성과 리트머스”
대북정책에서 미국의 협력을 얻기 위해 중국 견제에 호응했지만 충분한 성과를 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전 차관은 “남북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이 한미 성명에 포함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 구축, 비핵화에 도달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협의는 부족해 보인다”며 “북한이 한미 정상의 합의 내용을 보고 남북 대화나 북-미 대화에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위 전 대사는 “이번 바터 성과가 대북정책에서 효과로 나타날지 진정한 리트머스는 북한의 반응”이라며 “우리가 애써서 교환해 온 것들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북한에) 새로운 인센티브를 줄 것이란 정황이 없다. 북한이 대화에 나오지 않고 도발로 가면 한미 간 새로운 (갈등) 소재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화정평화재단#서울대국제학연구소#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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