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금지’를 권고한 것은 일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백신 접종에서 모두 성과가 저조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백신 접종이 더디다.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23일 현재 일본에서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은 사람은 전체 인구의 4.9%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다. 특히 백신 접종 프로세스 전체를 총괄하는 콘트롤타워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 일본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에 이미 모든 국민이 맞을 수 있는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 백신 접종도 한국보다 9일 앞선 2월 17일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 접종을 담당하는 곳은 1741개 지자체인데 예약과 접종 절차가 지자체마다 다르다보니 효율성이 떨어지고 혼동이 빚어졌다. 이달 10일 이후 지자체들이 본격적으로 백신 접종 예약에 나섰지만 예약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전화 연결이 되지 않고, 온라인 접종 신청의 경우엔 인터넷 접속이 다운되는 사태가 속출하기도 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최근 ‘1일 100만 회 접종’을 목표를 내세웠지만 가미 마사히로(上昌廣) 일본 의료거버넌스연구소 이사장은 25일 본보에 “지자체에 맡겨두면 낮은 백신 접종 건수를 조기에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하루 접종 건수는 10만~50만 회다.
방역도 낙제점이다. 현재 도쿄 등 10개 지자체에 음식점 영업시간 단축, 주류 제공 금지, 외출 자제 등이 적용되는 긴급사태가 발령돼 있다. 하지만 강제력이 없다. 게다가 작년 4월과 올 1월에 이어 세 번째 긴급사태 발령이다 보니 국민들의 피로감이 커져 빠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제를 중요시하는 스가 총리가 지난해 국내 여행 장려를 위해 보조금을 주는 이른바 ‘고투트래블’ 캠페인을 벌인 것도 코로나19 방역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정책은 야당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일본 통신사 라쿠텐의 미키타니 히로시(三木谷浩史) 회장은 최근 CNN 비즈니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해 “10점 만점 중 2점”이라며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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