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눈이 커지는 수학]처방전 속 약 복용시간과 횟수는 어떻게 정하는 걸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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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의 치료-방역에 활용하는 수학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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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에서는 ‘집단면역’을 이뤄내기 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이 한창입니다. 우리나라는 올 2월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는데 고령자, 취약시설 종사자 및 만성질환자부터 시작해 일부 성인에 이르기까지 백신 접종이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그 효과는 영원한 것일까요? 한 번 예방접종을 받으면 이제 다시는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 걸까요? 아쉽지만 꼭 그렇지는 않답니다. 우리가 아플 때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 그리고 백신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약에는 ‘효과 지속 시간’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죠. 오늘은 그 원리를 수학적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처방전에 포함된 수학, ‘지수함수’
감기 혹은 여러 다른 아픈 증상 때문에 진료를 받고 처방 약을 받은 경험은 모두 있을 겁니다. 약 복용법을 보면 ‘하루에 몇 번’, ‘식전 또는 식후 복용’, ‘다시 복용할 경우 몇 시간 이상 지난 후에 복용할 것’ 등 자세한 지시가 적혀 있습니다. 안전하게, 그리고 확실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러한 지시 사항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약의 복용 간격이나 횟수 등은 어떻게 정하는 것일까요?

흔히 질병 또는 그 밖의 상해로 인한 통증 및 아픔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약을 진통제라고 합니다. 이런 진통제는 증상에 따라 처방이 달라지죠. 갑자기 격렬한 통증이 올 경우는 단시간에 확실한 효과가 있는 것, 장시간에 걸쳐 계속 아픈 경우는 장시간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복용한 약이 몸속에서 어느 정도의 농도가 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때 고려하는 것이 ‘반감기’라고 하는 지표지요. 반감기는 본래 어떤 방사성 핵종의 원자 수가 초기 값의 절반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는 말인데요. 화학작용이나 약물의 효용에서도 어떤 물질의 양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할 때 그 양이 최초의 절반이 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결국 약을 먹을 때의 반감기란 처음 먹은 약의 체내 농도가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을 말합니다. 대부분의 약은 반감기의 4∼5배 시간이 지나면 대사 과정에서 몸 밖으로 빠져나가 효과가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약의 반감기를 알면 대략적인 작용 시간을 알 수 있고 하루에 몇 번을 먹으면 되는지도 알 수 있는 것이죠.

약이 어떻게,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는지 알려면 혈액 속 약의 농도인 혈중 농도를 계산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혈중 농도를 나타내는 식에는 지수함수가 사용되죠. 지수를 사용하면 큰 수나 작은 수의 계산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수법칙을 모르는 사람은 곱하기나 나누기를 수백 번 해야 나오는 답을 지수법칙을 알면 아주 간단한 계산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수학자들은 수학적 개념을 활용해 약물의 혈중 농도를 구하기 위한 공식도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지수는 약물의 혈중 농도뿐 아니라 고고학이나 인류학, 천문학이나 전자공학, 기상 등 여러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개념입니다.

○예방접종의 효과 지속 기간
질병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늘리기 위해 맞는 예방접종, ‘백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방접종의 원리는 항원이 되는 질병에 대해 우리 몸이 미리 항체를 형성해 보게 함으로써 그 질병에 저항하는 후천 면역이 생기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걸리는 시간, 또 그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를 계산하는 것은 백신의 효용성을 높이는 데 아주 중요하죠.

독감 예방접종의 경우를 볼까요? 전문가들이 수학적 개념을 활용해 예측한 덕분에 우리는 독감 예방접종은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한 달이 걸리며, 면역 효과는 평균 6개월 정도 지속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은 어떨까요? 현재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를 알 유일한 방법은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된 환자들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최근 백신 전문가들은 우리가 개발한 주요 코로나19 백신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사람을 얼마나 오랫동안 보호할 수 있는지 알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지수 외에도 여러 수학적 개념을 활용해 백신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계산하고 있지요. 백신 접종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때도 접촉빈도 등을 고려하기 위해 수학적 모델을 이용한답니다.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도 수학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박지현 반포고 교사
#신문과 놀자#눈이 커지는 수학#처방전#혈중 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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