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배출한 승자.’ 올해로 창업 10주년을 맞는 미국의 반려동물 전문 온라인 쇼핑몰 ‘추이’를 일컫는 수식어다. 2020년 초 미국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추이에 전례 없는 호재를 안겨줬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많아졌고,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사료와 물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이에 힘입어 추이는 2020년 71억5000만 달러(약 8조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전년 대비 47% 성장한 수치다. 2020년 한 해에만 570만 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하면서 총 고객 수는 1920만 명이 됐다. 추이는 온라인 반려동물용품 시장에서 34%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 아마존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추이가 이처럼 반려동물용품 시장에서 아마존에 대적할 만한 존재감을 갖게 된 핵심 비결은 강력한 ‘고객중심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1년 5월 1호(320호)에 실린 추이의 케이스 스터디를 요약해 소개한다.
○ ‘펫 오너’ 대신 ‘펫 부모’… 고객에 집착
미국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는 ‘펫 오너(Pet Owner)’다. 하지만 추이는 이들을 ‘펫 부모(Pet Parents)’ 혹은 ‘펫 파트너(Pet Partner)’라고 부른다. 반려동물을 ‘애완’의 대상을 넘어 평생을 함께할 ‘자녀’로 여기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감성을 반영한 것이다. 추이는 홈페이지에 자사의 미션을 소개하는 난에 “우리는 반려동물과 반려동물 부모를 가족으로 여기며, 고객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고객과의 모든 접점에서 고객의 기대치를 넘어서는 데 집착한다”고 강조한다.
추이의 고객 집착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고객서비스센터를 연중무휴 24시간 운영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고객의 눈에 띄는 홈페이지 메인 화면 상단의 검색창 옆에 ‘24/7 help’ 배너를 걸어두고 고객이 언제나 필요할 때 서비스센터에 문의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서비스센터에는 반려동물 및 취급 제품에 대해 교육을 받은 전문가들이 배치돼 고객을 상담한다. 에이전트라고 불리는 이들은 고양이의 배변 활동에 좋은 사료는 무엇인지, 열 살짜리 레트리버에게 추천할 만한 영양보충제는 무엇인지, 동물보호소에서 방금 데려온 강아지에겐 무얼 먹이면 좋을지 등 개별 고객의 세세한 어려움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언해준다. 반려동물은 의사 표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전문가의 손길을 절실하게 느끼는 고객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 반려동물 초상화 등 깜짝 선물 공세
추이는 고객이 당장 궁금해하는 정보와 지식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데서 더 나아가 고객의 예상을 초월하는 서비스로 감동시킨다. 예컨대 첫 구매를 한 고객에게는 직원이 손으로 쓴 감사 카드를 보낸다. 또 반려동물의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에도 축하 카드를 보낸다. 반려동물이 사망해 주문한 사료를 취소하겠다고 고객서비스센터에 연락한 고객에게는 바로 취소를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위로 카드와 꽃다발까지 집으로 보내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런 서비스에 감동했다는 고객들의 후기가 넘쳐난다.
그중에서도 고객들이 가장 기뻐하는 서비스는 반려동물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이벤트다. 추이는 매달 1000여 명의 고객을 선정한 후 전문 작가에게 의뢰해 제작한 반려동물 초상화를 보내준다. 추이가 이런 깜짝 선물 정책을 이어가는 이유는 고객이 자신이 느낀 감동을 이야기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아이의 사진을 거실장에 올려 두는 부모처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은 자신의 반려동물 초상화를 집 안의 좋은 자리에 걸어 두고 SNS에 공유한다.
‘100% 무조건 만족 보장 정책’도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감동을 이끌어내는 사례다. 어떤 이유에서든 소비자가 불만족하면 환불해주는 정책인데, 환불 이상으로 대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구입한 사료를 반려동물이 좋아하지 않아 환불하겠다고 하면 즉각 환불해주면서 해당 사료를 근처 동물보호소에 기부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는 식이다. 이처럼 고객 및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과 진정성을 공유함으로써 추이는 충성 고객층을 늘려 가고 있다.
○ 끈끈한 고객 충성도
일각에서는 추이가 고객 감동에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매달 반려동물의 초상화를 제작하는 데만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게 사실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수밋 싱 추이 최고경영자(CEO)는 “비용이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 구축을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반려동물과 그 주인은 부모자식 같은 끈끈한 관계인데, 고객 감동 서비스를 통해 추이 역시 반려동물 부모와 끈끈한 관계를 맺는다면 고객 충성도가 높아지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을 지속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추이의 고객 유지 비율은 시장 평균보다 높고 고객당 평균 지출액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이에 따르면 자사 고객이 된 지 3년째 되는 해에 지출하는 비용은 첫해의 3, 4배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2020년 확보한 신규 고객이 이전의 신규 고객보다 더 많이 지출하고 1년 차 고객의 지출도 해마다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추이는 이커머스 기업이 사적이고 아날로그적인 고객 경험을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한 대표적인 혁신 사례”라고 말했다.
뉴욕=강지남 DBR 객원기자 jeenam.kang@gmail.com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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