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이준석 “변화의 바람 못막아”… 중진들 “패기만으로 되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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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권 후보 비전발표회… 신예 vs 중진 후보들 팽팽한 대결
나경원-주호영 등 “경륜 리더십”… ‘0선 중진’ 이준석 돌풍 원인 놓고
“정권교체 기대감 반영” 분석 속… 홍준표 “지나가는 바람” 견제

나란히 선 국민의힘 당권주자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 대표 후보들이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비전발표회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석 조경태 김웅 윤영석 주호영 홍문표 김은혜 나경원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나란히 선 국민의힘 당권주자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 대표 후보들이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비전발표회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석 조경태 김웅 윤영석 주호영 홍문표 김은혜 나경원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거에서 ‘이준석 현상’으로 부각된 신구 대결 양상이 25일 절정으로 치달았다. 이날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첫 비전발표회에 나선 당권 주자 8명 중 중진 후보들은 “경륜의 리더십”을 강조했고, 신진 후보들은 “변화의 바람”을 내세우며 팽팽하게 맞섰다.

○ “경험 없는 장수 안 돼” vs “민주당, 우리 변화 두려워해”
첫 발표자로 나선 5선 주호영 의원은 신예 주자들을 겨냥해 “대선을 앞두고 전쟁 경험이 없는 장수를 선택하겠느냐”며 “젊은 후보들의 선전은 바람직하지만 패기 하나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4선 홍문표 의원도 “새로운 인물도 좋지만 비닐우산으로 태풍을 막을 수 없다”며 “실패한 장수를 다시 전쟁에 쓰는 것은 전쟁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선거에서 3차례 연이어 낙선한 점을 파고든 것이다.

3선 윤영석 의원은 “칼바람이 몰아치는 친문(친문재인), 친노(친노무현)의 본거지 경남 양산에서 당선했다”며 “나의 경험이 국민의힘을 새로운 정당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과거 민주당에서 이적한 5선 조경태 의원은 1996년 15대 총선 출마 당시 상반신을 탈의한 선거 포스터를 내세우며 “지피지기면 위태롭지 않다. 문재인 일파의 술수를 잘 읽는 내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젊은 후보의 패기를 다 담아내 용광로 정당을 만들겠다”며 “계파 없는 내가 공정하게 대선 경선을 관리하고 쇄신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이 전 최고위원은 “줄 세우기, 계파정치를 젊은 세대가 ‘극혐’(극도로 혐오)한다. (의원 또는 당원들에게) 당직을 약속한 후보들은 사퇴하라”고 중진 그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그는 “두 분이 사무총장을 약속받았다는 흉흉한 얘기도 들리는데 전근대적인 조직선거로 젊은 세대 바람을 막을 수 없다”며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우리의 변화”라고 주장했다. 초선 김웅 의원도 “청년 30% 공천 룰을 반드시 만들겠다”며 “국민과 청년에게 미래를 주기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 유일한 대선 승리 공식”이라고 맞섰다. 초선 김은혜 의원은 “선무당이 사람 잡지 않을까 우려하는 부분도 알고 있다”며 “28년 동안 기자, 앵커를 하면서 세상의 흐름을 좇았고 청와대 대변인, 대기업 임원으로 조직 운영 능력을 연마했다”고 강조했다.

○ ‘0선 중진’ 이준석 돌풍 이유는
당 안팎에선 이 전 최고위원이 최근 당 대표 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는 이변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국민의힘이 젊고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는, 정권 교체를 바라는 지지층의 기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준석 돌풍의 가장 큰 원인은 보수가 새로운 지지층을 얻었기 때문”이라며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나왔듯 세대 확장은 더 이상 실험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이준석 돌풍’에 대해 보수 진영의 복잡한 반응도 노출되고 있다. 전당대회를 관리하는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5일 CBS 인터뷰에서 “당 대표가 하는 역할은 자동차 같으면 디자이너”라며 “디자이너가 젊다고 해서 엔지니어(원내대표)가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지장이 있고 그렇지는 않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과 김웅 의원이 대선 경쟁자인 유승민 전 의원계인 것을 염두에 둔 듯 “대선을 앞둔 중차대한 시점에 또다시 실험 정당이 될 수 없다. 한때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국민의힘#이준석#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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