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급락했던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최근 반등하고 있다. 이달 들어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에 국내 증권사 3곳이 시장조성자로 참여한 점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 안정세로 접어든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7일 온실가스 배출권은 t당 1만79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4월 t당 1만4300원까지 떨어졌던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이다. 2019년 12월 말 t당 4만900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은 코로나19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서 급락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시장조성자로 참여하면서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성자는 온실가스 배출권에 대해 매수·매도 가격 차이가 500원 이하인 양방향 호가를 매일 30분 이상 제출하고 누적 호가수량 3000t 이상을 제출해야 한다. 가격 변동성을 줄이고 거래를 활성화는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17일부터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SK증권 등 3곳이 시장조성자로 참여하고 있다. 시장조성자 제도는 2019년 6월 시행돼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이 참가해 왔는데 이번에 증권사들도 참여하는 것이다.
업계에선 증시에서 시장조성자로 참여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증권사들의 참여가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에 합리적인 가격이 형성돼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 세계 2위 규모로 성장한 배출권 시장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은 이미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량은 2095만4000t으로 집계됐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가 처음 도입된 2015년 말(124만2000t)보다 16배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다. 거래대금도 6208억3400만 원으로 5년 전(138억9100만 원)보다 44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한국거래소는 “국가 단위 시장으로는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라고 설명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는 기업에 매년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할당량을 부여해 남거나 부족한 배출량은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할당받은 것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한국거래소에서 다른 기업이 가진 온실가스 배출권을 구입해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배출권 거래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먼저 시장에 참가할 수 있는 대상을 점차 늘려나갈 방침이다. 배출권 거래에 참가하는 기업 수가 600여 개에 그쳐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올해 안에 시장조성자가 아닌 증권사들도 고유재산을 운용하는 경우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할 예정이다. 앞으로 개인투자자 역시 증권사를 통해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위탁 제도 및 시스템도 정비한다. 배출권 가격에 대한 위험 관리뿐만 아니라 투자 수요도 충족시킬 수 있는 배출권 선물 상장도 검토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을 활용한 배출권 거래도 활발하다.
한국거래소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탄소 중립(배출되는 탄소만큼 흡수해 최종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정책 변화가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대통령 직속의 탄소중립위원회가 이달 중 출범을 앞두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친환경 산업과 녹색금융의 성장과 함께 친환경·탄소저감 기술 개발을 위한 자본 축적 유도 등 자본 시장의 역할도 증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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