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 세종시장은 세종과 서울을 환승 없이 오가는 철도교통수단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첫 번째 약속이 KTX세종역 신설이었다. 정부 부처 공무원들의 세종시 정착이 늦어진다거나 도시의 서울 의존도를 높인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이는 많은 세종시민들의 바람이 됐다.
계획은 순탄치 않다. 충북도에 이어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도 KTX세종역 신설 불가 방침을 명확히 했다. 이 시장이 추가로 꺼내든 카드가 ITX세종선이다. 정부세종청사에서 내판역(경부선철도)까지 일반철도를 새로 놓아 ITX가 세종∼조치원∼서울을 오가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시는 정부가 향후 10년에 걸쳐 추진할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이를 반영하기로 하고 지난해 12월 ‘정부세종청사∼내판역 일반철도 신설’을 국토부에 건의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난달 22일 한국교통연구원을 통해 발표한 국가철도망 계획안에서 수용하지 않았다. 국토부 계획안은 ‘대전 반석∼정부세종청사∼조치원∼오송’ 광역철도였다. 대전시와 세종시가 공동 건의한 ‘대전 반석∼정부세종청사 광역철도’와 충북이 건의한 ‘조치원∼오송 광역철도’는 수용한 반면 세종시 건의안은 수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시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세종시가 주장해 온 2개 노선(대전 반석∼정부세종청사 광역철도, 정부세종청사∼조치원 광역철도)이 반영된 것을 환영한다”고 발표해 물타기 논란을 빚었다.
시가 최근 기자에게 보내온 공식 입장은 이 시장의 브리핑 내용과 다르다. 브리핑 내용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따른 이 답변서는 “일반철도를 건의했는데 광역철도가 반영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시는 ITX세종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부 노선 및 투입 차량은 추후 예비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결정된다면서 “국토부 계획안과 시 건의안의 시종점(정부세종청사∼조치원)이 같은 만큼 ITX 병행 운행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교통연구원 관계자는 “ITX 병행 운행은 전력체계가 달라 어렵다”며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광역철도 시격(배차 간격)이 20∼30분은 돼야 병행 운행이 가능한데 그러면 시민 민원이 굉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정한 광역철도 최대 시격은 30분이다. 러시아워를 피해 ITX를 투입하는 방안에 대해선 “그러면 하루 2∼3번 KTX가 서는 수도권 도시와 다를 바가 뭐냐”고 했다.
ITX 병행 추진이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소요 예산이 증가하고 사업이 복잡해지면 예타 통과가 어렵거나 통과돼도 후순위로 추진이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시는 국회 분원 이전 같은 정치 변수에 기대를 거는 것 같다. 일부에서는 이건희 미술관같이 획기적으로 수도권 교통 수요를 높일 여건 변화 없이 철도 전문가들을 설득할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국토부는 내달 철도망 계획을 최종 확정한다. KTX·ITX 상황이 이대로 굳어질지, 이 시장이 돌파구를 마련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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