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청춘, 과년(瓜年)이란 말도 있지만 16세는 아슬아슬한 경계선 위의 나이다. 정신적, 지적, 육체적으로 성숙해진 어른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당사자인 16세들에겐 ‘경계의 나이’란 표현 자체부터 딱 꼰대적 발상이란 거부감이 들겠지만…. 16세가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 가입 연령을 18세에서 16세로 낮추는 내용의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낸 것이다.
▷정당 가입 연령을 낮추자는 논의는 최근 몇 년 사이 스웨덴 핀란드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들의 이른바 유스퀘이크(youthquake) 추세와 맞물려 있다. 유스퀘이크는 ‘젊음(youth)’과 ‘지진(earthquake)’의 합성어. 젊은이들의 행동과 영향력에서 발생하는 중대한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말한다. 이는 20대 의원, 30대 총리 등의 출현으로 이어졌고 우리나라도 10대부터 자연스럽게 정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주장이 분출된 것이다.
▷최근 부패스캔들 위증 의혹으로 곤경에 처하긴 했지만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35)는 전 세계 현직 국가수반 중 최연소다. 중도우파 국민당 당원으로 정당 활동을 시작했다는 그는 “17세 때 정치를 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디어와 비전을 공유하고 구현하는 것이 즐거웠다”고 했다. 쿠르츠 총리에 앞서 최연소 총리 기록을 갖고 있었던 핀란드 산나 마린 총리(36)도 스무 살 무렵부터 사회민주당에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핀란드에선 15세 이상부터는 정당의 청년 조직에 가입할 수 있으며 부모 동의가 있으면 13세에도 가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등은 대부분 당원 가입 연령이 선거 연령보다 낮다.
▷우리나라는 만 18세가 넘어야 정당에 가입할 수 있다고 법률에 규정돼 있다. ‘16세 정당인’에 대한 반대론자들은 “방향은 맞지만 시기상조다” “청소년을 선동하는 홍위병법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특정 이념을 가진 교사들에 의해 학교가 정치판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1대 총선 결과 40대 이하 청년 의원 비율은 4.3%에 불과했다. 국제의원연맹 자료에 따르면 121개국 중 118위로 최하위권이다. 20, 30대는 물론 요즘은 10대들까지 기성세대가 장악하고 있는 정치판에 숨 막힌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치열한 토론이 필요하다. 정당 역사가 깊은 유럽 국가들과 정치 토양이 다르긴 하다. 선진 사례 연구와 함께 합리적인 토론 프로그램 개발 등이 모색돼야 한다. 16세면 고등학교 1학년인데 무슨 정당 활동을 하느냐는 건 시대착오적 생각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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