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이 누구냐’고 묻자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몇 차례 하다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 쑥스러운 듯 웃으며 ‘자기 자신’이라고 말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건방지다고 느꼈는지 조금 뒤 다시 대답했다. “아! 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경기를 많이 뛰어보질 않아서요.”
네트 너머 상대보다는 자기 자신을 라이벌로 꼽은 주인공은 아시아테니스연맹(ATF) 14세 이하 여자 주니어 랭킹 1위 이재아(14)다. 프로축구의 전설로 지난해 은퇴한 이동국(42)의 딸로 주목받았던 이재아가 코트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테니스 유망주로 자신만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재아는 21일 강원 양구의 양구테니스파크에서 열린 ‘제1차 ATF 양구 14세 국제주니어대회’에서 단·복식을 모두 휩쓸며 2관왕에 올랐다. 2위로 밀려났던 랭킹도 다시 올라갔다. 25일 통화에서 그는 나이답지 않게 담담한 말로 소감을 말했다. “코로나19로 1년간 대회를 나가지 못해 2년 만의 우승이었어요. 오랜만에 좋은 성적을 내서 기쁘고 행복했는데, 정말 열심히 훈련하고 노력했기 때문에 뿌린 대로 거뒀다고 생각해요.”
그는 ‘오직 훈련만이 최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 했던 말과 같다. 아버지 이동국의 영향이다. 이재아는 “아빠가 늘 내게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는 말을 한다”며 “다행히 테니스가 정말 재밌고 행복해서 훈련이 나에게는 취미이자 놀이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우연히 테니스를 한번 쳐봤다. 공이 라켓에 제대로 맞을 때 전해지는 짜릿한 ‘손맛’에 반해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는 “경기에서 져도, 의욕이 떨어질 때도 다시 라켓을 잡으면 없던 의욕과 희열이 생긴다”며 웃었다.
최근 승률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강점인 공격을 좀 더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빠 이동국의 소속팀이었던 전북이 ‘닥공(닥치고 공격)’을 펼치듯 그도 지키는 수비보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호한다. 187cm인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또래보다 큰 172cm의 키에 어른만 한 커다란 손 등 뛰어난 신체 조건을 지닌 그가 택한 ‘닥공’은 서브다. 그는 “강한 서브를 넣어 상대 리턴을 어렵게 만들면 다음 샷에서 득점 기회가 생긴다. 그게 내 특기”라며 “서브 에이스를 늘리기 위한 연습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닮고 싶은 선수 역시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호하는 오사카 나오미(24·일본)다. 그는 “오사카의 플레이를 실제로 봤는데 힘도 좋지만 움직임도 민첩해 정말 멋져 보였다”며 “내 플레이 스타일과 비슷한 오사카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재아는 12세 때인 2019년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을 관중석에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당시 이 대회에서 우승한 오사카의 사인을 받기도 했다. 이재아는 “20대 때는 지금보다 테니스를 잘 치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언젠가는 호주오픈에 출전해 우승하는 것이 꿈”이라며 원대한 목표를 밝혔다.
◇ 이재아는…
▽생년월일: 2007년 8월 14일 ▽키: 172cm ▽가족: 이동국, 이수진 부부의 4녀 1남중 둘째 ▽테니스 시작: 7세 ▽소속: 부천시 G-스포츠클럽 ▽특기: 서브 ▽취미:요리 ▽주요 경력: 아시아테니스연맹(ATF) 14세 이하 여자 주니어 랭킹 1위, 제1차 ATF 양구 14세 국제주니어대회 2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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