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6일 제네바서… 첫 해외 회담
유럽서 G7-EU등 일정 마친 뒤 만나… 해킹-나발니 탄압 등 문제 제기할듯
두 나라 모두 관계 개선 필요성 인식… 北김정은 만나지 않는 것과는 달라
공화당 “푸틴에 선물… 나쁜 생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 달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1월 20일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이 해외에서 타국 지도자와 대면으로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부터 푸틴 대통령을 ‘독재자’ ‘살인자’ 등으로 비난했고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에도 두 나라가 러시아의 미 정부조직 해킹 등으로 날카롭게 대립해 왔다는 점에서 큰 관심이 쏠린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미-러 관계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회복할 방법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두 정상이 긴급한 현안들을 모두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푸틴 대통령과 2차례 통화했고 4월에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 달 12, 13일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이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도 등장한다. 이 일정을 마치고 스위스로 이동해 푸틴 대통령을 만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 러시아의 사이버 해킹,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탄압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정부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자국 공군 전투기를 띄워 다른 나라 여객기를 강제로 착륙시킨 벨라루스 문제도 회담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푸틴 대통령은 배후에서 벨라루스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양국은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인 ‘뉴 스타트(START)’ 연장에 합의했지만 더 장기적인 군축 논의도 요구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부터 푸틴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부르며 비판해 왔다. 당시 푸틴 대통령을 만났을 때 면전에서 “당신에게는 영혼이 없는 것 같다”고 한 적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3월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정적 탄압을 거론하며 푸틴을 ‘살인자(killer)’라고 했다. 한 달 뒤에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과 사이버해킹을 이유로 제재와 함께 미국 내 러시아 외교관 10명을 추방했다.
미-러 관계는 악화일로였지만 양국 모두 관계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 또한 인식하고 있다.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으로서는 전선을 확대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러시아와는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미국이 러시아와 독일의 천연가스 공급 프로젝트인 ‘노드스트림2’ 사업을 제재하려는 과정에서 빚어진 미국과 독일의 갈등 또한 바이든 행정부에는 부담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에는 나서지 않으면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결정한 이유다. 임기 내 달성이 쉽지 않은 비핵화 같은 난제가 없어 러시아와는 관계 개선이라는 성과를 낼 여지도 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으로 당장의 극적인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상호 이해를 높이고 관계 악화를 막을 기회라고 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쉽지 않은 상대임은 분명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부터 수차례 그를 만난 만큼 두 정상이 의외의 ‘케미’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미국 야당 공화당은 푸틴 대통령의 인권 탄압 등을 문제 삼아 정상회담을 비판했다. 벤 새스 상원의원은 “푸틴에게 정상회담이라는 선물을 주고 그를 정당화해주는 것은 나쁜 생각이고 약한 대응”이라고 했다. 사키 대변인은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은 선물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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