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3일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단지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발표 자리에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민관) 전략이 계획대로 달성되면 총 27만 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와 320조 원 규모의 생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2030년까지 총 510조 원 이상의 민간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제조업이 한국의 일자리와 투자를 지탱하고 있다. 특히 국내 BBC(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산업은 전례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고용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려 사실상 ‘사회 안전망’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지난해 상반기(1∼6월), 글로벌 기업들이 셧다운과 동시에 해고 카드를 꺼낸 것과 상반됐기 때문이다. 한국 핵심 기업의 고용 증가 효과는 협력사로도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본보가 주요 기업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했을 때 2020년 국내 100대 기업은 매출이 55조 원 줄었지만 BBC 주요 기업들은 성장세를 보였다. 해당 기간 삼성전자 연 매출은 약 6조4000억 원, SK하이닉스는 5조 원, LG화학은 2조7000억 원, 삼성SDI는 1조2000억 원 늘었다. 이는 고용 증가로도 이어졌다. 삼성전자(4233명), SK하이닉스(764명), SK이노베이션(342명), 삼성바이오로직스(299명), SK바이오사이언스(357명) 등은 고용을 늘렸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셌던 지난해 3월 미국의 신규 실업자 가운데 임시 해고된 비율은 50%에 이르렀다. 임시 해고는 재고용을 전제로 한 해고를 말한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6월 한 달간 자동차 업계에서만 6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 BBC 산업의 고용 창출 효과는 중소 중견 협력사의 고용 증가로 이어졌다. 최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분석한 한국 반도체 밸류체인 현황에 따르면 13단계에 이르는 각 공정마다 상장사 기준으로 최대 17개 기업이 K반도체 성장의 과실을 나눠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충남 천안에서 합성소재 기업으로 창업한 덕산테코피아도 2018년 반도체 호황 등을 거치며 급성장했다. 이 회사는 합성물질로 반도체 표면을 코팅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2015년엔 직원 46명, 매출 180억 원 수준이었지만 2018년 삼성전자 최고 협력사로 선정되는 등 성장을 거듭해 2020년 직원 192명, 매출 784억 원 규모의 기업이 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삼성전자 DS부문과 덕산테코피아를 비롯한 삼성전자 반도체 협력사 중 상장된 39곳(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및 시계열 파악 불가 기업 제외)의 최근 5년간(2015∼2020년) 매출, 영업이익, 고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해당 기간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 임직원 수가 35% 늘어나는 동안 39개사의 일자리도 31.6%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39개사 총고용은 2015년 1만4801명이었다가 2020년 1만9478명으로 4677명 늘었다. 한경연 측은 “분석 기간에 삼성전자 타 부문 임직원이 DS부문으로 대거 내부 이동한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DS부문의 고용 증가율에 비해 협력사 고용 증가율이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 또한 삼성전자가 37.3% 증가할 때 협력사 등 밸류체인 기업은 73.2% 늘어나 증가 폭이 2배가량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도 삼성전자는 41.9%, 밸류체인 기업은 150% 늘었다.
김용춘 한경연 고용정책팀장은 “주요 산업 생태계를 이끄는 기업들의 안전망 역할은 크다. 대표 기업들이 더 많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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