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법무차관이 어제 사의를 표명했다.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 6일 집 앞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운 택시기사를 폭행했다고 해서 신고가 됐다. 이 사건은 입건되지 않은 채 6일 뒤 무혐의 종결됐음이 차관 임명 직후 드러났다. 경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이 일었다. 이 차관은 6개월여 만인 22일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고 기소를 앞두고 있다.
경찰은 봐주기 수사 의혹이 일었을 때 ‘이 차관(당시 변호사)이 누군지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사건 종결 전 서울 서초경찰서장은 이 차관이 초대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임을 보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김창룡 경찰청장은 “서울경찰청과 경찰청은 보고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으나, 실무선에서 서초서가 서울경찰청에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에는 저명인사와 판사 검사 변호사의 범죄는 시도경찰청장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다. 서울경찰청 실무자가 보고하지 않았다면 규칙을 위반한 것이니 김 청장 발언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운행 중인 택시기사를 폭행하면 당사자 합의에도 불구하고 처벌해야 한다. 서초서가 택시 블랙박스 영상을 보지 않은 상황에서 택시기사와 이 차관의 합의를 이유로 반의사불벌죄인 단순 폭행 혐의를 적용한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택시기사가 뒤늦게 복원한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줬는데도 ‘못 본 것으로 하겠다’며 사건을 종결한 것은 명백한 사건 축소다. 이 차관이 누군지 알아본 사실까지 드러났다. 검찰 수사로 사건 축소의 궁극적 책임자를 찾아내 문책해야 한다.
이 차관이 자신이 차관으로 임명된 것을 폭행 사건을 덮어버릴 기회로 여긴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든다. 그러나 택시기사는 권력에 맞서 진실을 밝혔다. 이 차관은 임명된 직후부터 사퇴하고 조사를 받으라는 요구에 직면했으나 버티다가 검찰 기소를 앞두고서야 사의를 표명했다. 6개월여 동안 지켜본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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