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삶을 위한 경제학/로버트 스키델스키 지음·/장진영 옮김/364쪽·1만8000원·안타레스
신고전주의 주류 경제학에서 인간의 욕망은 부의 증대를 가져오는 절대 이로운 가치다. 하지만 인간 욕망을 무한 긍정하면 모두가 충분한 부를 누릴 수 있을까.
저자는 지나치게 간단한 이 공식을 고집하는 주류 경제학자들이 되레 경제를 실패로 이끌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가 보기에 주류 경제학은 필요와 욕구를 구분하지 않는다. 욕구가 탐욕으로 변질돼 왜곡된 시장을 신고전주의는 설명하지 못한다. 철갑상어 알을 소금에 절인 캐비아가 비싼 값에 거래되는 요인은 재화의 희소성이나 인간의 배고픔(필요)이 아니라 탐욕이다. 욕구를 무한 긍정해도 된다는 주류 경제학의 달콤한 속삭임 탓에 윤리는 상업의 확산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왜곡됐다. 또 전체 부가 늘어도 가난한 이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저자는 경제사학자로 1939년 영국에서 태어나 역사학과 정치학을 전공했다. 그가 경제학을 공부한 건 1970년 ‘존 메이너드 케인스 전기 3부작’을 집필하면서부터다. 30년 동안 쓴 이 책으로 유명해진 그는 영국 워릭대 경제학부 정치경제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자는 책머리에 “정치와 역사, 경제를 아우르는 내 이력이 제3자의 비판적 시각으로 주류 경제학을 재해석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가 신고전주의 주류 경제학계에 요구하는 개선점은 세 가지다. 첫째, 경제주체인 개인을 합리성으로 무장한 존재로만 설정하지 말 것. 인간은 욕망만큼이나 자신을 둘러싼 윤리나 사회, 역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어느 상황에서나 법칙으로 통용되는 ‘물리학’이 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릴 것. 결코 정량화할 수 없는 인간 행동을 다루는 학문이 완전무결한 법칙을 세우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완전경쟁 시장을 향한 맹목적 신뢰를 거둘 것. 시장이 자발적으로 구조적 안정과 공정한 분배를 낳는다는 믿음은 시장 시스템을 공정하게 설계해야 할 필요성을 간과하게 만든다. 특히 시장은 정치제도와 도덕적 믿음 같은 변수들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놓쳐선 안 된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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