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출동 경찰관 등 ‘李신원’ 파악… 서초署, 사건 발생 3일뒤 최종 확인
택시기사 ‘출석-처벌불원 접수’ 등… 수사 상황 서울청에 상세히 알려
“신원 파악하고도 사건 종결… 외압이나 사건 축소 방관” 지적
서울 서초경찰서가 지난해 택시 기사를 폭행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사실을 인지한 직후 서울경찰청에 발생 보고만 한 차례 했다는 해명과 달리 수사 상황까지 하루 동안 세 차례 보고를 한 사실이 28일 밝혀졌다.
서울 서초경찰서 생활안전과 관계자는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지난해 11월 7일 새벽 차관 지명 전 이용구 변호사가 고위 공무원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감지했다. 이를 최종 확인한 같은 달 9일 사건 발생 보고와 택시기사 S 씨의 경찰 출석 일정, S 씨가 이 차관에 대한 처벌 불원서를 작성한 사실까지 순차적으로 서울경찰청에 통보했다. 경찰 내부 규정상 시도경찰청 보고 및 수사지휘 대상인데도 서울경찰청은 26일 “경찰서와 서울경찰청 실무진 사이에서만 참고용으로 발생 사건 통보만 했다”고 해명했는데, 법조계에선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차관을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서울중앙지검은 이 차관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서초경찰서 C 경사를 불러 윗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어쩐지 알려진 사람처럼 대하더니’ 뒷말”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초경찰서 생활안전과 A 경위는 지난해 11월 6일 금요일 오후 11시 반경 발생한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보고를 다음 날인 7일 오전 근무 중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 경위를 비롯한 서초경찰서 관계자들은 주말이 지난 9일 월요일 이 차관의 신원을 최종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서초서에서는 이 차관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S 씨의 112 신고에 따라 이 차관의 서울 서초구 모 아파트 자택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생활안전과 직원 등을 중심으로 폭행 사건의 당사자인 이 변호사가 공수처장 후보라는 사실이 파악됐다. 일부 현장 출동 경찰관을 중심으로는 “어쩐지 좀 알려진 사람처럼 행동하더니…”라는 말까지 오갔다고 한다.
A 경위 등은 같은 달 9일 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계 B 경위에게 이 변호사에 대한 사건 기록과 개요를 보고하고, 서초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을 비롯한 상급자에게 보고했다. B 경위는 A 경위와 연락하면서 추가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 경위는 B 경위와의 업무 연락 과정에서 S 씨가 9일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는 사실까지 서울경찰청에 전달했다. B 경위는 경찰 조사를 받은 S 씨가 폭행 사건 처리 담당자인 C 경사에게 “이 차관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 불원서를 제출한 사실도 통보를 받았다.
특히 서초경찰서 형사 사건 수사를 총괄하는 당시 이모 형사과장이 S 씨의 경찰 출석 전에 인터넷에 ‘이용구 변호사’를 검색한 사실도 예사롭지 않다. 사건을 처리하는 일선 담당자 외에도 수사 상황을 총괄하는 이 과장이 유력한 공수처장 후보자로 거론되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 때문에 계속 나온다.
○ 시도청장 보고 대상인데 “실무진 통보” 해명만
경찰에 출석한 S 씨는 “블랙박스에 폭행 영상이 담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C 경사는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 채 ‘혐의 없음’으로 종결했다. 여러 상황 속에도 C 경사가 이 차관의 신원을 인지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서초파출소가 최초 보고한 이 차관의 ‘운전자 폭행’ 혐의는 ‘단순 폭행’ 혐의로 축소됐으며, 양측이 합의했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으로 내사종결됐다. C 경사의 윗선 간부들은 이를 그대로 결재했다. 일각에선 “적어도 9일 오전부터 이 차관의 존재를 인지한 상황에서 사건이 종결된 건 모종의 외압이 작용했거나 피의자가 이 차관이라는 사실을 알고 사건이 자연스럽게 축소되는 걸 수수방관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향후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B 경위 등을 기점으로 이 차관의 폭행 사건이 서울경찰청 윗선이나 경찰청 등에 보고됐는지, 또 서초경찰서 고위 간부 등이 제3의 경로를 통해 이 차관 사건 처리에 대한 외압을 받았는지를 확인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훈령인 범죄수사규칙에 따르면 변호사 범죄 등은 시도경찰청장에게 보고하고, 수사 지휘를 받아야 하는 주요 사건이다. 하지만 서울경찰청은 26일 “실무자 사이에서만 참고용으로 통보되었을 뿐 관련 내용 보고서가 생산된 사실이 없고, 지휘 라인으로 보고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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