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제품, 서버 등 산업 전반에서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지난해 말부터 차량용 반도체의 글로벌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미래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 경쟁을 위해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공급 부족이 계속되는 차량용 반도체는 약 1∼2달러의 마이크로컨트롤러(MCU)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미래 자동차 산업은 전장화, 커넥티비티, 자율주행을 중심으로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일반적인 차량용 반도체를 넘어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자동차 산업의 핵심 부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우선 자동차의 전장화는 차량용 반도체의 수요와 차량 내 활용 범위를 대폭 늘리는 요인이다. 전기차,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텔레매틱스(자동차+무선통신) 부품들이 차량용 반도체의 수요 확대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커넥티비티(연결성)의 등장으로 차량 기능이 복잡해지면서 이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이 필수가 됐다. 이를 위해 반도체를 비롯한 차량의 전기전자(E/E) 구조는 단일화, 통합화가 필요하다. 복잡한 컴퓨팅 작업과 복합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통합형 반도체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자율주행을 위해 신경망처리장치(NPU), 뉴로모픽 반도체 등 차량 내에서 연산이 가능한 추론용 고성능 AI 반도체도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엔비디아, 모빌아이(인텔) 등이 AI 반도체 기반의 자율주행 칩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기존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은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 및 차량사물통신(V2X)에 활용되는 고성능 반도체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의 기간산업이자 주력 수출 품목은 반도체와 자동차다. 차량용 반도체는 이 두 가지 산업이 결합한 형태다. 앞으로 성장이 유망한 데다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기존 강점을 잘 살릴 수 있는 분야다.
우선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인포테인먼트 등 고성능, 고부가가치 반도체를 중심으로 현재 보유한 생산 공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파운드리(위탁생산) 증설을 검토하는 등 자체 생산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그 후에는 자율주행용 AI 반도체 등 잠재 성장성이 큰 품목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전자의 협력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은 반도체 파운드리 세계 2위의 기업과 자동차 세계 5위의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장점을 잘 살린다면 고부가가치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를 통해 자동차 산업을 선도할 기반을 만들 수 있다. 투자자들도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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