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김오수 검찰총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단독 채택해 청와대에 송부하자 단 하루의 숙려 기간도 없이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김 신임 검찰총장은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된 문재인 정부의 33번째 장관급 인사가 됐다. 야당 존재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여당은 “국민의힘의 근거 없는 주장으로 검찰총장 공백 상태를 방치해둘 수는 없다”고 했다. 야당의 청문보고서 채택 반대를 국정 발목잡기로 치부하는 것은 난센스다. 그는 청문회 내내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사건 관련 수임이나 전관특혜 논란에 구차한 변명으로 일관하는 등 도덕성 측면에서 하자를 드러냈다.
더 중요한 것은 정권 편향 우려를 씻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김 총장의 임기는 대선 국면 및 정권 이양기와 겹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그는 청문회에서 현 정부가 다른 정부에 비해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답변을 하는 등 지금까지 여권이 보여온 검찰 흔들기에 대해 애써 눈을 감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김 총장은 취임하는 대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 폐쇄 의혹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팀은 핵심 피의자에 대한 기소 방침을 대검에 보고한 상태다. 택시기사 폭행 혐의를 받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을 기소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검찰의 중립성 수호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강한 의지와 각오가 없으면 심한 정치적 부작용과 검찰의 내부 갈등을 낳을 수 있는 사안들이다. 김 총장이 “검찰 중립을 지키고 공정한 검찰을 만들겠다”고 한 다짐을 지켜낼 수 있을지 우려스러운 대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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