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A, 덴마크 정보국과 합동 작전
바이든, 오바마 정부 부통령 시절
NSA출신 스노든 “바이든 깊이 관여”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2012∼2014년 덴마크 국방정보국(FE)과 손잡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 등 유럽 고위 정관계 인사들을 도청했다고 덴마크 언론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당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재직하던 때다. 보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의 민간인 사찰 프로젝트를 폭로한 후로도 미국이 도청을 계속했다는 것이어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날 덴마크 공영라디오 DR는 NSA와 FE가 ‘던해머(Dunhammer) 작전’으로 불리는 감시 프로젝트를 통해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스웨덴 등 유럽국 고위층을 감시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NSA는 덴마크 인터넷 케이블망과 첩보 시스템으로 메르켈 총리,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당시 독일 외교장관, 페어 슈타인브뤼크 당시 독일 야당 대표 등을 도청했다. NSA는 이들의 전화 통화 내용과 문자메시지뿐 아니라 채팅 애플리케이션 메시지도 수집했다. 주로 러시아 중국 등과 관련된 정보에 접근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가 나간 뒤 옌스 홀름 스웨덴 하원의원은 “극도로 가증스럽고 황당한 사건”이라고 했다. 에우둔 뤼스바켄 노르웨이 사회당 대표는 “심각한 배신행위”라고 비난했다. 영국, 독일 등 유럽 언론은 일제히 이번 사건을 전한 반면 미국 주요 언론은 이날까지 관련 보도를 다루지 않았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1일 브리핑에서 “(미국이) 자타 공인 세계 1위 해커 제국이자 기밀을 훔치는 대부호라는 사실이 다시 증명됐다”며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기밀을 훔치는 대부호가 ‘클린네트워크’를 앞세워 사이버 안보를 지키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NSA의 도청 파문은 처음이 아니다. NSA와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했던 스노든은 2013년 NSA의 민간인 사찰 프로젝트 ‘프리즘’을 폭로했다. 스노든은 지난달 30일 트위터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스캔들에 처음부터 깊이 관여됐다”며 “조만간 그의 유럽 순방에서 내놓을 답변도 당연히 잘 준비됐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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