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앞둔 버추얼 스튜디오 가보니
그린스크린 활용하던 CG서 진화… LED패널에 CG 띄워 현장 그대로 구현
저비용으로 실감나는 영화-드라마 촬영… CJ ENM-덱스터, 연내 세트 제작 추진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신과 함께’(2017년)의 주연배우 하정우는 4년 전 인터뷰에서 “없는 칼을 휘두르며 연기하느라 민망했다”고 말했다. 판타지 장르인 이 영화에는 컴퓨터그래픽(CG) 연출이 많이 쓰였다. 배우는 단순한 그린스크린 앞에서 상상력을 발휘하며 연기했다. 제작진은 CG와 맞물린 배우의 연기가 자연스러운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에 ‘버추얼 스튜디오’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버추얼 스튜디오에서는 실사 촬영과 결합된 CG 결과물을 현장에서 바로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다. 배우를 둘러싼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패널에 CG 영상을 띄운 채 촬영할 수 있어서다. 이달 문을 여는 경기 하남시 브이에이코퍼레이션(VA CORPORATION) 스튜디오를 찾아가 제작 과정을 살펴봤다.
스튜디오 안 2번 세트장에는 의자 한 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 뒤로 놓인 가로 18m, 세로 6m LED 패널에는 한낮의 한산한 인천공항 모습이 담긴 CG가 떠 있다. 배우는 의자에 앉아 공항 장면을 연기한다. 만약 리허설 과정에서 출입국자로 붐비는 장면이 낫다고 판단되면 현장에서 CG를 바꾸면 된다. 6m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비행기가 날아오는 장면이 필요해도 마찬가지. 카메라에는 배우가 실제 공항 한복판에 앉아있는 것처럼 생생한 장면이 잡혔다.
이 같은 촬영방식은 SF(공상과학)나 판타지 장르가 아니더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현지 촬영에 제약이 따르는 요즘 다양한 장르에 유용하다. 해외 장면이 필요하거나 사람이 북적이는 상황을 연출해야 할 때 활용할 수 있다.
버추얼 스튜디오는 주변 상황에 따라 색 보정 등이 가능해 계획대로 촬영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실제 촬영현장은 기상여건이나 일몰 등으로 인해 촬영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장소에 따라 차량이나 시민 출입을 통제해야 하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
영화 ‘1987’(2017년)과 ‘더 킹’(2016년)을 찍은 김우형 촬영감독은 “더 킹 촬영 당시 한 신을 찍기 위해 스튜디오를 만들 수 없어 부산일보 사무실을 어렵게 섭외했다. 그런데 고층이라 외부 조명을 사용하지 못해 CG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필름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무성에서 유성 영화로 발전했듯 버추얼 프로덕션도 자연스러운 과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흐름에 맞춰 비브스튜디오스는 최근 단편영화 ‘The Brave New World’와 이 영화 OST ‘Broken Me’의 뮤직비디오를 버추얼 스튜디오에서 제작했다. 명동시장 뒷골목이나 절벽 CG를 LED 패널에 띄워 촬영했다. 김세규 비브스튜디오스 대표는 “후반작업이 사라져 제작 기간이 예전의 10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또 현장 스태프와 엑스트라, 장비 등을 동원하지 않아도 돼 제작비용을 10∼30%가량 줄일 수 있다. CJ ENM과 덱스터스튜디오도 연내 버추얼 스튜디오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버추얼 스튜디오 제작과 활용이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더 만달로리안’(2019년)은 ‘스타워즈’와 마블 영화의 CG 작업으로 유명한 ILM의 버추얼 스튜디오에서 제작됐다. CG를 통해 우주 세계와 다양한 캐릭터를 구현해낸 이 작품은 지난해 미국 에미상에서 특수시각효과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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