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을 지키며 책임감 있게 일해 온 대다수 동료와 후배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물러나고자 합니다.”
수원지검 수사팀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지휘해왔던 오인서 수원고검장(55·사법연수원 23기)은 31일 사표를 제출한 사실을 공개하며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오 고검장은 올 1월부터 김 전 차관 관련 사건을 회피한 문홍성 수원지검장을 대신해 김 전 차관 출금 의혹 수사를 총괄해 왔다. 특히 오 고검장은 수사팀의 전화를 받지 않고, 출석 요구에도 불응했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등 수사팀을 적극 지원해 왔다. 한 검사는 “대검찰청에 이 지검장을 기소하겠다고 보고한 날부터 기소하기까지 50일 가까이 걸렸다”며 “이때 오 고검장이 수사팀을 대신해 대검 간부들을 설득했다”고 전했다.
오 고검장은 올 4월 1일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었던 이규원 검사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했고, 지난달 13일엔 이 지검장을 기소했다. 당시 오 고검장은 대검에 이광철 대통령민정비서관을 공범으로 기소할 것을 검찰총장 권한대행인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에게 요구했다. 하지만 조 차장이 결정을 미루면서 오 고검장이 항의 차원에서 사표를 낸 것이라는 분석이 검찰 내부에서 나왔다. 법조계에선 “김오수 검찰총장이 취임한 직후 대규모 인사가 단행되면 사실상 이 비서관을 기소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19년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일가 비리 의혹’ ‘청와대의 2018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배성범 법무연수원장(59·23기)도 사직 의사를 밝혔다. 앞서 지난달 28일 사의를 표명했던 조상철 서울고검장(52·23기)은 검찰 내부망에 “검찰 업무의 기본은 사실과 법리에 따르는 것”이라며 “검찰권은 국민을 위해 바르게 행사돼야 할 책무라는 점을 명심하고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정하게 행사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고흥 인천지검장(51·24기)도 “서울중앙지검 다음으로 규모가 큰 인천지검 근무를 마치며 떠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이로써 공석인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자리는 총 12자리로 늘어났다. 최근 검찰인사위원회에서는 고검장을 검사장 자리로 탄력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인사 기준을 만들었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인사 적체를 이유로 대규모 인사를 예고했다. 그 뒤 현직 고검장 3명과 지검장 1명, 이용구 법무부 차관 등 법무부 참모 3명이 사의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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