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살려주식시오’ 펴낸 박종석 정신과 전문의 인터뷰
5년간 주식에 빠져 약 4억 원 잃어 병원서 해고돼 극단 시도 생각도
주변인 응원과 삶의 의지로 극복… 젊은층의 주식-암호화폐 투자붐
뒤처질까 걱정하는 ‘포모증후군’… 중독 증상과 건전한 투자법 소개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40)가 2011년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할 땐 이로 인해 파국 직전까지 가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월급으로 모은 2000만 원을 어떻게 굴릴까 고민하다가 의대 선배와 고교 동창 등의 조언을 받아 우량주 위주로 샀다. 한 달 만에 약 9%의 수익을 내자 주식을 모두 팔고 갈비를 사 먹었다. 일하지 않고 번 돈이라는 생각에 갈비 맛은 더 달콤했다. 그해 말 빚까지 내 8000만 원을 주식에 넣었다. 두려울 게 없었다. 하지만 이로부터 5년에 걸쳐 총 3억8000만 원을 날렸다. 월급으로 번 돈 대부분을 주식투자로 잃은 것이다.
지난달 31일 그가 운영하는 서울 구로구 연세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인터뷰를 했다. 박 원장은 담담히 자신의 실패담을 털어놓았다. “주식 생각만 하느라 업무에 소홀해 당시 다니던 병원에서 해고됐어요. 모든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극단적 시도까지 고민했죠. 인생이 망가졌어요.”
그는 지난달 20일 에세이 ‘살려주식시오’(위즈덤하우스)를 펴냈다. 최근 주식투자 성공사례를 담은 책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지만 이 책은 투자 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 중독 증상을 소개하고, 건전한 투자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그는 “주식투자로 돈을 벌면 강한 쾌감을 느낄 때 뇌에서 행복감을 주는 도파민이 분비된다”며 “도파민에 중독되면 다른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주식투자가 쾌락을 찾는 도박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주식투자 중독자가 하루 2, 3명씩 병원을 찾아오는데 대부분 삶이 파탄 직전이다”고 했다.
과거에는 투자 중독자 중 중년층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젊은층이 많이 늘었다. 그를 찾아온 한 30대 남성은 결혼을 앞두고 전세금 2억 원을 주식으로 잃었다. 주위 사람들이 돈을 버는 모습을 보고 충동적으로 미국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것. 이 남성은 예비신부와 파혼 직전까지 갔다. 한 20대 취업준비생은 부모 명의 카드로 2000만 원을 대출받아 암호화폐에 투자했다가 모두 날렸다. 암호화폐로 소소하게 돈을 버는 친구들을 보고 한탕을 꿈꾼 것. 박 원장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최근 젊은층이 그로 인한 박탈감을 주식이나 암호화폐로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있다”며 “세상의 흐름에서 자신만 제외되고 있다는 공포를 느끼는 ‘포모증후군’의 일종이다”고 진단했다.
투자 실패 후 우울증에 빠진 그를 일상으로 돌아오게 한 건 친구와 연인이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이 박 원장의 하소연을 매일 밤 들어줬다. 여자친구는 그가 운동을 하면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재수 한번 안 하고 의대에 들어간 후 경험한 인생의 첫 실패여서 심리적으로 더 크게 추락했다. 창피해서 정신과 상담을 꺼렸는데 주변 사람들이 나를 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의 상담도 중요하지만 중독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응원과 일상을 되찾으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를 소소하게 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철저하게 공부한 후 신중하게 투자하고 있다. 그는 “주식 투자에 모든 것을 다 걸기보다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일상이 유지된다”며 “운동 등 중독성이 약한 취미를 통해 투자 중독을 끊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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