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중구의 한 경로당. 노인 1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화투를 치거나 소파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아직 마스크를 벗지는 못했지만 이들은 오랜만에 경로당 안에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중구는 1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75세 이상 고령층이 관내 48곳의 경로당을 24시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경로당을 찾아온 이들은 하나같이 “이제야 살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에게 경로당 이용, 요양병원 대면(접촉) 면회 등을 허용하는 ‘백신 인센티브’가 이날부터 시행됐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고령층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을 중심으로 조금씩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되찾기 시작했다.
○ 전국 곳곳에서 ‘일상 회복’ 첫발
1일 오후 1시경 광주 북구 임동 그린요양병원 내 정원. 1년여 만에 딸을 보자 김모 할머니(87)는 눈물을 글썽였다. 딸의 얼굴을 마주하고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냈다. 이날 이 병원에선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을 마친 환자 3명이 가족을 만났다.
다만 대면 면회를 하더라도 접촉은 제한했다. 대화를 나눌 때도 거리 두기 준수를 당부했다. 안수기 병원장은 “백신 접종이 늘어나 대면 면회는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면서도 “환자들이 가족들을 만나 정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인센티브의 ‘훈풍’은 식당가에도 불었다. 이날 서울의 한 중식당은 “1일부터 1차 이상 백신 접종자 직계가족 8명+α(알파) 모임 가능합니다”란 안내문을 붙였다. 그동안 직계가족이라도 8명 이상의 모임은 금지돼 왔다. 이날부터 백신을 한 번이라도 접종한 사람은 ‘8명 제한’ 인원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전국 복지관에서는 이날 미술, 컴퓨터, 요가 등 마스크를 쓰고도 수강할 수 있는 강좌가 속속 개설됐다. 백신 접종확인서를 내면 국립 자연휴양림 등도 무료 입장할 수 있다.
다음 달이면 백신 접종으로 받는 혜택이 더 커진다. 7월부터는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은 사람은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노 마스크’ 등산, 산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1, 2차 백신 접종을 모두 끝낸 사람은 ‘5인 이상 모임 금지’ 규정의 예외가 적용된다. 그렇게 되면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몇 명이라도 한꺼번에 모일 수 있다.
○ 접종률 높이기 안간힘… 선거법 위반 논란도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자체 인센티브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경남 고성군은 60∼74세 접종 예약률이 높은 마을을 선정해 1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주민이 결정해 마을 숙원사업에 사용할 수 있다. 또 접종 우수마을로 뽑힌 동네의 경로당에는 100만 원씩을 별도로 지원한다. 접종을 마친 군민 가운데 추첨해 1000만 원 상당의 경품도 주기로 했다. 백두현 고성군수는 “9월 열리는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를 안전하게 개최하려면 집단면역 달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마련한 일부 인센티브를 둘러싸고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도 일고 있다. 경기 안양시는 1일부터 접종자에게 프로축구 경기 무료 입장과 공공체육시설 사용료 50% 감면 혜택 등을 제공하려다가 보류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기부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본 탓이다. 안양시 관계자는 “접종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지만 선관위가 문제를 제기한 만큼 일단 보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성남시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위탁운영 중인 헬스장, 수영장 등의 공공체육시설 입장료를 50% 할인해주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일단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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