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0곳중 35곳 이자도 감당 못해… 코로나로 역대 최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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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금융 영리법인 2만5871곳 조사… 지난해 4곳중 1곳은 적자
기업 매출액 2년연속 역성장… 매출 감소폭도 통계작성이래 최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부실기업의 비중이 사상 최대로 치솟았다. 적자를 낸 기업도 4곳 중 1곳이나 됐다. 기업 매출액도 1년 새 3% 넘게 줄어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기업경영분석(속보)’에 따르면 외부 감사 대상 비금융 영리법인 기업 2만5871개 가운데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곳은 34.5%였다. 이는 1년 전보다 3.5%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3년 이후 최대치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대출이자 등 금융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100%를 밑돌면 연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영업 적자가 나서 이자를 한 푼도 갚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0% 미만 기업은 조사 대상의 25.2%였다. 1년 전보다 4.1%포인트 늘었다. 이 역시 통계 작성 이후 최대다. 김대진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코로나19 영향이 큰 데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정제 업종 등에서 영업 적자 기업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석유정제 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이자보상비율은 2019년 377%에서 2020년 ―794.2%로 악화됐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숙박업도 127.9%에서 ―113.4%로 나빠졌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수익성이 더 좋아졌다. 영업이익이 금융비용의 5배를 넘는 이자보상비율 500% 이상인 기업은 41.1%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늘었다. 업종에 따라 코로나19 충격의 격차가 벌어지는 ‘K자형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전자·영상·통신장비와 전기가스업의 영업이익률이 각각 9.0%, 5.6%로 뛴 영향이 컸다.

기업 매출액은 2년 연속 역(逆)성장을 이어갔다. 지난해 조사 대상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은 ―3.2%로 2019년(―1.0%)에 이어 또다시 마이너스를 보였다. 매출액 감소 폭은 201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컸다.

특히 대기업 매출액이 평균 4.3% 줄어 역대 최대로 감소했다. 지난해 유가 하락의 영향이 컸던 석유정제, 화학제품 업종에 대기업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조업의 매출액 증가율도 ―3.6%로 1년 전(―2.3%)보다 악화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비용이 이미 많이 오른 데다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시중금리가 올라가면 부실기업들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며 “기업들의 경영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전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코로나19#노동비용#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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