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개천절 등 일요일과 겹쳐… ‘휴일 가뭄’에 내수 위축 우려
여야, 이달 임시국회서 확대 추진… 경영계선 생산성 악화 들어 반대
“영세사업장도 쉴 권리 보장” 주장도
‘일(日), 일, 일, 토(土), 토.’
올해 남은 달력을 보고 한숨을 내쉬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연말까지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평일에 쉬는 날이 하루도 없다. 현충일과 광복절, 개천절은 일요일이고 한글날과 성탄절은 토요일과 겹쳤다. 2018년 69일이었던 공휴일(일요일 포함)은 올해 64일로 닷새나 줄었다.
내년에도 마찬가지다. 일요일을 제외한 총 15일의 공휴일 중 6일이 주말과 겹친다. 직장인 정성윤 씨(36)는 “주중 ‘빨간 날’이 많은 2024년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2024년은 설 연휴 등 3일이 주말과 겹치지만 대체공휴일 2일이 생겨 ‘휴일 손실’이 상대적으로 적은 해다.
○ 연평균 ‘3일’ 공휴일과 주말 겹쳐
이르면 하반기부터 이 같은 ‘휴일 가뭄’이 해소될지도 모른다. 여야는 6월 임시국회에서 대체공휴일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 활동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여행 등 내수 진작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현행 대체공휴일은 명절 연휴가 일요일과 겹치거나 어린이날이 주말일 때만 지정된다. 명절 연휴 사흘 중 이틀이 주말이더라도 대체공휴일은 하루뿐이다. 대체공휴일제가 도입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5일의 공휴일을 모두 쉰 해는 없다. 공휴일이 주중이었던 날은 10∼14일이었고 연평균 3일은 주말과 겹쳤다.
공휴일 확대 요구가 단순히 덜 일하고 더 쉬고 싶다는 직장인들의 투정인 걸까. 사실은 정부와 국회도 10년 넘게 검토해 온 정책이다. 현 정부도 출범 첫해 국정과제 중 하나로 ‘2022년까지 대체공휴일 확대’를 내걸었다.
여야가 공휴일 확대에 공감대는 이뤘지만 공휴일이 며칠이나 더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발의된 법안마다 세부 내용이 다르다. 기업 등의 반발을 고려해 확대되는 공휴일 수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대표발의한 ‘공휴일에관한법률안’은 대체공휴일제도를 모든 공휴일에 적용하는 내용이다. 식목일, 근로자의 날, 어버이 날, 노인의 날 등을 공휴일로 지정해 쉴 권리를 확대하자는 법안도 있다. ‘요일지정휴일제’도 대안으로 꼽힌다. 미국은 연방 공휴일 기준 10일 중 6일, 독일은 10일 중 4일, 호주는 12일 중 7일을 특정 요일을 지정해 쉰다. 대개 월요일이다. 1974년부터 모든 공휴일에 대체공휴일제를 도입한 일본도 바다의 날, 경로의 날 등 4일은 ‘해피 먼데이’로 정해 토∼월요일 3일 연휴를 보장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도 한글날, 어린이날, 현충일을 요일 지정 휴일로 만들자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공휴일 확대는 한국의 장시간 근로 문제와도 관련이 깊다.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9년 기준 1967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길다.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모든 공휴일은 아니더라도 2, 3일 정도는 추가로 대체공휴일을 지정하거나 요일지정제 도입을 고려해볼 만하다”며 “기념식은 해당 날짜에 진행하고 쉬는 날만 요일을 지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 효과, ‘24조 원’ vs ‘―32조 원’
공휴일 확대를 가장 반대하는 곳은 재계다. 근로일수 감소로 인한 생산성 악화 등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공휴일에도 문을 여는 사업장은 1.5배 가산 임금 등 추가 인건비 부담도 발생한다. 대체휴일 도입 논의가 한창이던 2013년 경영계는 32조 원의 경제적 손실을 주장한 반면 찬성 측은 기업의 비용 증가를 고려하더라도 24조 원의 순편익이 발생한다고 맞섰다.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주52시간제 도입으로 근로시간이 줄었는데 공휴일까지 늘리면 영세 기업의 부담이 너무 커진다”고 주장했다.
공휴일 확대가 ‘휴일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도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이 부분적으로만 적용돼 공휴일이 보장되지 않는 사각지대다. 박소민 노무법인 와이즈 대표는 “공휴일 확대가 전 국민의 쉴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라면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예외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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