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홀리 터펜 지음·배지혜 옮김/328쪽·1만7000원·한스미디어
비행기로 스웨덴과 호주 사이를 왕복 여행하는 동안 약 4t의 탄소가 배출된다. 세계자원연구소(WRI)가 규정한 1인당 연간 탄소 허용치 2.5t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동할 때뿐만 아니라 음식을 먹을 때, 숙소에서 머물 때에도 여행자는 끊임없이 탄소를 배출한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제가 급속히 성장함에 따라 여행인구도 많아졌다. 2019년 전 세계 국제 항공편 승객은 14억 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세계관광기구가 예상한 시기보다 2년가량 빨랐다.
그렇다면 지구를 아끼는 이라면 당장 여행을 그만둬야 할까. 저자는 여행 방법에 따라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2008년 비행기를 타지 않는 여행을 시작으로 ‘지속가능한 여행’을 추구해 온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터득한 친환경 여행법을 공유한다.
먼저 교통수단이다. 비행기를 최대한 적게 타고 기차나 버스, 자동차를 이용하는 게 좋다. 저자에 따르면 승객 한 명이 1마일(약 1.61km)을 이동할 때 버스는 0.08kg, 기차는 0.19kg, 자동차는 0.53kg, 비행기는 0.83kg의 탄소를 각각 배출한다. 어떤 연료로 동력을 얻고 승객을 얼마나 많이 실어 나르느냐에 따라서도 배출량이 달라지기에 에너지원 등도 따져봐야 한다. 예컨대 런던과 파리를 잇는 고속철도 유로스타는 다른 열차보다 탄소를 덜 배출한다. 프랑스와 영국에서 사용되는 전기의 절반 이상이 재생 가능 에너지로부터 얻어지기 때문이다. 같은 지역에서 이동한다면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어떤 숙소를 선택할지도 중요하다. 플라스틱 칫솔과 일회용 샴푸 대신 대나무 칫솔이나 고체 샴푸를 제공하는 숙소를 고르는 게 시작이다. 신축 건물 대신 기존 건물을 개조한 숙소를 이용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건물을 새로 지을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어서다. 또 직원 100%를 현지인으로 고용한 숙소를 고르면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여행지에서 소비하는 음식도 현지에서 나는 식재료로 만들어진 걸 권한다. 식재료는 생산과정은 물론이고 각지로 운송될 때도 탄소를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추구하는 숙소들은 식재료를 직접 기르거나 운반 거리를 제한하는 방침을 따르고 있다. 음료수를 고를 때도 글로벌 기업에서 만든 음료보다 지역주민이 직접 제조한 시럽을 넣은 음료나 지역에서 나는 과일로 만든 주스를 마시자.
바다를 건너지 않으면 해외로 나갈 수 없는 국내 거주자들에게는 비행기 이용을 줄이자는 제안 자체가 넘어서기 어려운 문턱처럼 느껴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 외에도 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언젠가 코로나 사태가 종식돼 해외여행 길이 다시 열리면 이 책을 가이드북 삼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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