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존속살인 사건’ 막을 수 없는 비극이었나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6월 6일 08시 49분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경기 남양주에서 조현병을 앓던 20대 남성이 60대 아버지를 살해한 이른바 ‘남양주 존속살인 사건’은 막을 수 없는 비극이었을까.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는 5일 방송에서 ‘남양주 존속살인 사건’을 파헤쳤다.

지난달 6일 오전 11시경 남양주의 한 다세대주택의 화단에서 60대 남성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의 시신에는 누군가 둔기로 내리쳐서 생긴 상처가 남아있었다. 경찰은 시신 발견 5시간 만에 용의자인 A 씨의 아들 B 씨를 체포했다.

A 씨는 그간 아들 B 씨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8개월 전까지 B 씨와 함께 살았던 A 씨가 거처를 옮긴 이유도 아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A 씨는 사건 발생 한 달 전 B 씨의 행동에 위협을 느껴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위험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돌아갔다.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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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씨는 과거 조현병을 앓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 전문의는 B 씨가 쓴 섬뜩한 내용의 메모들을 보고 “편집형 조현병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렇게 메모를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의는 “체계적인 망상을 만들지 못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태”라며 “육하원칙에 따라서 작성한 문장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데, 근래 보기 드물 정도로 엄청난 혼란에 빠져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프로파일러 권일용 동국대 교수는 “미리 준비한 범행 도구가 아니라 현장의 물건으로 공격한 것으로 보아 계획범죄가 아닌 충동적인 범행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다만 권 교수는 다른 조현병 환자들의 충동적인 범죄와 구분되는 점이 있다고 했다. 권 교수는 “실행하기까지 곳곳에 자신의 결의, 결심을 곳곳에 기록해 둔 것으로 보아 오랫동안 살인의 방법에 대해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B 씨는 입대 전까진 평범한 청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제대 이후 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는 제대 직후 이웃집 여자를 훔쳐보다가 경찰에 체포됐고, 1년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증상이 나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B 씨는 다시 폭력적인 행동을 시작했다.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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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A 씨의 도움 요청으로 출동했을 당시 현장에서 폭행이나 협박 등 외적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강제 입원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B 씨를 강제로 입원시킬 권한이 없었던 것.

지역 내 정신질환자를 관리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는 “가족이나 지인이 관리 등록 신청을 하지 않아 관리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환자 본인의 동의가 없으면 어떤 관리나 서비스도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고인의 매제는 “아버지(A 씨)는 최선을 다 했다”고 말했다.

B 씨가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 미약을 인정받으면 예상 형량은 10년이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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