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세종체임버홀 무대 올라
男 9명 ‘피아노-현악기-목관-금관’
클래식 본고장 유럽서도 드문 조합
“세계 흩어져 활동, 모이는 게 숙제… 정기연주회, 2년 불발… 내년엔 꼭”
“저희 같은 앙상블요? 세상에 없죠.”
피아노 하나, 현악기 셋, 목관악기 넷, 금관악기 하나. 그리고 남자 아홉 명. 2017년 결성된 ‘클럽M’의 구성이다. 현악기 셋만으로도 고음에서 저음까지 완전한 앙상블을 이루고, 관악기 다섯만으로도 완벽한 5중주의 화음이 나온다. 모두가 함께하면 작은 오케스트라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국내는 물론이고 클래식의 본고장 유럽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조합이다.
유별난 앙상블 클럽M이 ‘2021 세종 체임버시리즈’ 첫 번째 순서로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무대에 오른다. 슈만 피아노 5중주 Op. 44, 베토벤 피아노 3중주 ‘거리의 노래’, 상주 작곡가 손일훈이 편곡한 라벨 ‘어미거위 모음곡’을 연주한다.
리더인 피아니스트 김재원은 “피아니스트로서 실내악 연주를 많이 하다 보니 여러 분야에서 실력 있는 젊은 연주자들이 한 무대에 서는 앙상블을 꿈꾸게 되었다”며 클럽M 창단 동기를 밝혔다. 악기별로 함께하고 싶은 연주자에게 한 명씩 의향을 묻다가 출범까지 3년이 훌쩍 흘렀다. 바이올린 김덕우, 비올라 이신규, 첼로 심준호, 플루트 조성현, 오보에 고관수, 클라리넷 김상윤, 바순 유성권, 호른 김홍박이라는 황금 멤버가 모였다. 세계적 오케스트라 단원이나 실내악 연주자, 독주자 등으로 바쁘게 활동 중인 실력자들이다.
“일단 모이는 게 가장 어렵죠. 세계에 흩어져 있으니 일정 내기가 쉽지 않아요. 공연장 대관 날짜도 맞춰야 하고…. ‘단체 톡방’이 없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싶어요. 일정은 물론이고 연주곡 정하기, 작업 콘셉트 등 모든 것을 톡으로 의논하죠.”
4년 전 창단 때부터 ‘다가가기 프로젝트’로 최대한 몸을 낮췄다. 각 분야 최고 연주가들이지만 홍익대 길거리에서 버스킹으로 젊은 세대에게 출범을 알렸다. 뮤직비디오와 캐럴 음원도 제작해 음원 사이트와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했다.
세상에 없는 조합인 만큼 ‘이런 아홉 명’을 위해 작곡된 곡은 없었다. 하지만 ‘연주할 수 없는 곡’도 없다. 기존 독주곡, 실내악, 관현악곡들이 상주 작곡가 손일훈의 손을 거쳐 클럽M 전용으로 편곡된다. 모든 곡을 아홉 명 전부가 연주하는 것도 아니다. 한 무대에서 다양한 편성이 나올 뿐 아니라 현악 단원이나 관악 단원 등 일부가 따로 활동하는 유닛 활동도 활발히 펼쳐 왔다. 이번 공연에서 라벨 ‘어미거위’ 모음곡은 클라리넷 바순 호른이 빠진 6명이 연주한다.
창단 3년 차까지 모이는 것 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기연주회가 공연 이틀 전 취소됐다. 올해도 정기연주회가 불발됐다. 김재원은 “내년에는 꼭 정기연주회에서 모든 멤버가 함께 모여 팬들을 만나고 싶다. 지방 무대도 찾아가고 ‘다가가기 프로젝트’도 다시 이어가고 싶다. 지금 갖는 갈증은 그것뿐”이라고 말했다. 2만∼5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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