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도면 1만 개 학습시켜
6시간 만에 전문가 수준 도달
TPU 생산 공정에 이미 적용
반도체 칩에서 작동하는 인공지능(AI)이 자신의 성능을 스스로 끌어올리는 기술이 개발됐다.
아잘리아 미로세이니 구글 리서치 연구원과 애나 골디 연구원은 AI로 컴퓨터 칩을 설계해 전문 엔지니어가 설계한 것보다 나은 성능을 얻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9일 발표했다.
컴퓨터 칩 설계는 손톱보다 작은 크기 실리콘 평면에 ‘매크로’라고 부르는 수천 개의 메모리 블록과, 셀이라고 하는 수천만 개의 논리회로를 배치하는 과정이다. 작은 칩 안에서 셀과 매크로는 수십 km에 이르는 선으로 연결돼 있다. 셀과 매크로의 배치를 조정해 신호를 주고받는 시간이 짧아지면 칩 성능은 올라간다. 하지만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숙련된 기술자들도 칩을 설계하는 데 수개월이 걸린다.
연구팀은 칩 설계가 일종의 게임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보고 AI에 설계 방법을 학습시켰다.
셀과 매크로 조각을 회로기판에서 마치 퍼즐 맞추듯 위치를 바꿔 나타난 성능 향상을 게임의 결과로 해석하게 했다. 사람이 만든 칩 1만 개의 도면을 학습시켜 최적의 설계 방법을 찾았다.
AI는 학습에 들어간 지 6시간 만에 칩 설계 전문가가 설계한 것과 비슷한 성능을 갖춘 칩을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사람은 보통 매크로를 열을 맞춰 정렬하듯 설계하지만 AI는 매크로 자리에 구애받지 않고 이곳저곳 자유롭게 배치한 것이 통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구글에 공급해 AI 칩 ‘텐서프로세싱유닛(TPU)’ 개발에 이미 적용됐다고 밝혔다.
앤드루 강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컴퓨터과학부 교수는 “구글이 TPU 생산 적용을 공개한 것은 기술이 대규모 생산에 이미 적용될 수준까지 왔다고 보면 된다”며 “AI가 칩 기술의 ‘무어의 법칙’(마이크로칩의 용량이 18개월마다 2배가 된다는 법칙)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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