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A 씨(20)는 경찰이 부실한 대응으로 구조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은 17일 “A 씨 상해 고소 사건을 맡은 영등포경찰서가 범죄 일시, 장소가 특정되지 않아 증거 불충분으로 검찰에 송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A 씨 가족은 두 번이나 가출 신고를 했고 경찰은 피해자 진술과 상해진단서도 확보한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종결 과정이 적절했는지 감찰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가족이 A 씨의 피해를 안 건 지난해 11월 4일이다. A 씨는 피의자 김모 씨(20) 등과 한 집에 살았는데, 한겨울 반팔로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훔치다 적발돼 경찰이 서초경찰서 양재파출소로 임의 동행했다고 한다.
파출소 측은 김 씨 등이 “A 씨를 데려가겠다”고 했지만 폭행 흔적 등이 있어 A 씨 아버지에게 연락했다. A 씨를 대구 집으로 데려온 가족은 이틀 뒤 김 씨 등을 대구 달성경찰서에 상해죄로 고소했다.
달성서는 같은 달 22일 피해자를 조사해 “네 차례 맞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달성서는 이날 김 씨의 주거지 관할인 영등포서에 사건을 넘기고 진술서류도 보냈다. 올 1월 26일 A 씨 가족은 상처 사진 등을 영등포서 형사과로 전송했다. 경찰은 전치 6주 상해진단서도 받았다.
영등포서는 1월 24일 피의자 조사 뒤 3개월이 지나도록 A 씨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김 씨 등은 “폭행한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경찰은 대질조사 일정조차 잡지 않았다. 폐쇄회로(CC)TV 확인 등 보강수사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도 없었다.
경찰은 4월 17일에야 A 씨에게 대질조사 출석을 요구했다. 김 씨 등은 3월 31일 대구로 찾아가 강제로 A 씨를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 데려가 감금한 상황이었다. A 씨는 17일 경찰과의 통화에서 “지방에 있다”고 했으며 5월 3일 두 번째 통화에선 “고소를 취하한다”고 한 뒤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하지만 A 씨는 감금 상태에서 가해자들이 시키는 대로 답했을 가능성이 높다. 4월 30일 A 씨 가족은 달성서에 다시 가출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A 씨 답변에 의존해 위치추적 등을 하지 않았다. 영등포서는 지난달 27일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종결했다.
경찰은 살인죄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김 씨 등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범죄 살인’ 혐의로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형법상 살인죄의 법정 최고형보다 가중 처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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