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장
사회문제 해결 앞장서야 고객신뢰
최태원 회장 철학 따라 기업 지원
285곳 발굴해 총 339억 인센티브
서울 남산 하얏트호텔 아래 자리 잡은 사회적가치연구원에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집무실이 마련돼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 자주 들르지는 못하지만 은퇴 후 이곳에서 사회적 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에 매진할 것이라고 한다. 연구원은 SK그룹 계열사들이 지원하는 사회공헌기금 등으로 운영되지만 어디에서도 SK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장(55)은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를 측정하고, 그 성과만큼 보상을 해주는 곳이 우리 연구원이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나 원장은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 기업을 2015년부터 해마다 40∼50개 발굴하기 시작해 현재 285개까지 늘어났다”면서 “이 기업들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정교하게 측정해 인센티브를 나눠주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이들 기업이 창출한 사회 성과는 1682억 원으로 연구원에서는 이런 성과를 인정해 339억 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이 돈을 직원 복지나 신규 투자에 쓸 수 있다. 2019년 기준으로 한 회사당 평균 2억5000만∼3억 원의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냈고 이에 따른 성과 인센티브로 회사당 5000만 원 안팎을 받았다. SK가 왜 기업 이익과는 별 상관 없어 보이는 사업에 별도 연구원과 그룹의 돈까지 투입하면서 노력을 기울일까. 나 원장은 “기업의 재무 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이것이 스토리로 자본시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효과가 크지 않다”면서 “사회적 가치를 담아 ‘파이낸셜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최 회장의 경영철학”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3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최 회장은 현장에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한다”면서 이듬해 최 회장이 집필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책을 연구실 서가에서 꺼내 보여줬다. 기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사회 문제를 푸는 데도 앞장서야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에 선정되려면 사회 문제를 풀겠다는 사업가의 의지가 확고하게 담겨야 한다고 나 원장은 귀띔했다. 고가(高價)인 장애인 휠체어를 저렴한 값에 구매할 수 있도록 제품에 기술 혁신을 접목한 회사, 시골에서 할머니들이 직접 재배한 농작물을 손자들에게 먹이려는 심정으로 건강이유식을 만드는 회사, 어부에게도 쓸모없는 불가사리를 잡아 제설제 원료로 사용한 회사, 요양 돌봄 서비스 회사 등 사회를 보다 밝게 하는 데 앞장서는 기업들이 두루 포함돼 있다. 나 원장은 “최근엔 SK 전·현직 임직원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판로 개척과 재무 상담 등 다양한 컨설팅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에서는 SK그룹의 이런 활동을 담은 ‘SK Group: Social Progress Credits’라는 논문을 사례 연구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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