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동성애 묘사 금지’ 헝가리 법안에 “수치스럽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4일 13시 27분


헝가리 국회에서 성 소수자를 차별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수천명이 항의 시위에 나서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국제앰네스티 등은 이날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의회 앞에서 성 소수자 차별 법안 폐기를 촉구하는 항의 시위를 열었다. [서울=뉴시스]
헝가리 국회에서 성 소수자를 차별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수천명이 항의 시위에 나서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국제앰네스티 등은 이날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의회 앞에서 성 소수자 차별 법안 폐기를 촉구하는 항의 시위를 열었다. [서울=뉴시스]
2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최근 미성년자에게 동성애 묘사를 보여주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헝가리에 “이 법안은 EU의 수치”라며 기본권 침해로 고소할 수도 있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우르줄라 폰데라이언 EU집행위원장은 “해당 법안은 성적 지향을 근거로 사람들을 차별하는 법안으로 인간의 존엄, 평등, 인권 존중이라는 EU의 근본 가치에 어긋난다”며 성소수자(LGBT,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등 소수 성적지향을 가진 이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EU 시민은 원하는 사람을 사랑할 자유가 있다고 강력하게 믿는다. EU는 이런 원칙에 타협하지 않으며 모든 EU 시민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모든 권한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23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리는 유로 2020 조별리그 F조 3차전 독일과 헝가리의 경기에 앞서 무지개 깃발을 든 한 남성이 국민 의례 중인 헝가리팀 앞으로 달려가고 있다. 뮌헨시는 이날 성 소수자(LGBT,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의 권리를 제한한 헝가리에 대한 항의로 경기장을 무지갯빛 조명으로 비추려 했으나 유럽축구연맹(UEFA)은 이를 불허했다. [뮌헨=AP/뉴시스]
23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리는 유로 2020 조별리그 F조 3차전 독일과 헝가리의 경기에 앞서 무지개 깃발을 든 한 남성이 국민 의례 중인 헝가리팀 앞으로 달려가고 있다. 뮌헨시는 이날 성 소수자(LGBT,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의 권리를 제한한 헝가리에 대한 항의로 경기장을 무지갯빛 조명으로 비추려 했으나 유럽축구연맹(UEFA)은 이를 불허했다. [뮌헨=AP/뉴시스]
22일 룩셈부르크에서 만난 EU 27개국 총리들은 회담의 상당 부분을 헝가리 동성애 묘사금지 법안에 할애해 관계자도 “놀랐다”는 반응을 전했다. 해당 법안을 규탄하는 성명에는 EU 27개국 중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등 17개국이 서명했다. 이 주제는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담에서도 논의될 예정이다.

헝가리는 앞서 15일 학교 성교육이나 18세 이하 미성년자가 관람 가능한 영화와 광고 등에 동성애 묘사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인권단체들은 이 법안이 표면적으로는 소아 성애 등 아동성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실상은 성소수자를 탄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선거 승리를 위한 보수 집결 카드를 내놓은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빅토르 총리는 즉각 EU 집행위에 “수치스러운 것은 EU”라며 “이 법안은 아동 권리를 보호하고 부모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18세 이상의 성적 지향에 대한 권리와는 상관 없다. 차별적 요소가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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