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첨단 기술을 활용한 과학적 안전관리 체계 구축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철도는 기계와 전기, 전자를 망라하는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철도차량을 비롯해 선로와 전차선 등 시설물, 주행을 지시하는 신호시스템과 관제운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운영지원 체계가 유기적으로 구성된 복합 운송체계인 셈이다.
특히 철도 시설과 차량 유지보수 분야는 최첨단 과학기술을 적극 도입해 선제적 사고예방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철도는 철도 차량이 주행하는 동안 부품과 시설물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해 고장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분석할 수 있는 ‘상태기반 유지보수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활용해 유지보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정비주기를 정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갑작스러운 고장·결함에 대한 대응 능력을 높이고 기존의 정기적인 유지보수에 비해 작업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철도사고 예방을 위한 정보기술(IT) 도입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철도는 매일 수천종의 철도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그중 안전 관련 IoT 센서 데이터는 실시간 모니터링에 활용하고 있다. 수집된 데이터를 빅데이터 저장소에서 통합 관리하고 다른 분야와 융합해 새롭게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한국철도는 이달 들어 극심한 기후변화에 따른 여름철 폭염과 집중호우에 대비하기 위해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한 ‘실시간 철도 기상정보 시스템’ 운영을 시작했다. 주요 역별 실시간 기상 현황은 물론이고 위성레이다 영상을 통한 강수 현황 정보, 태풍 경로와 강설량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철도 선로에 부착한 IoT 센서로 수집되는 ‘레일온도 변화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한국철도는 전국 145곳의 선로에 레일온도 측정 장치를 설치하고 여름철 레일온도가 53도를 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폭염이나 한파로 인해 선로의 온도가 일정 기준치를 벗어나면 열차 운행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레일온도 변화를 살피고, 살수 장치를 가동해 온도를 낮추거나 선로에 쌓인 눈을 녹이는 히팅 시스템으로 레일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한다.
이 밖에도 주행 중인 철도 차량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차선로 관리에도 IoT 센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차선은 여름철 기온이 오르면 늘어나고 추운 겨울철엔 수축하는데, 철도 차량에 전기를 안전하게 공급하려면 전차선의 장력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동장력조정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철도는 사고나 테러 등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구급요원과 복구 작업자가 사고 현장까지 접근할 수 있는 ‘선로변 출입문’ 위치를 지도에 표시해 관리해왔다. 한국철도는 7월부터 7414곳의 선로변 출입문에 대한 주소와 GPS 좌표, 철도선로 거리를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 비상대응지도 시스템을 운영한다. 휴대전화에서 사고발생 노선과 구간 등을 클릭하면 가장 가까운 선로변 출입문까지 자동으로 안내해준다. 스마트폰을 소지한 한국철도 직원이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속해서 활용할 수 있어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현장 대응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열차가 다니는 선로에서 유지보수 작업을 하는 철도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비에도 IT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선로 작업자를 위한 ‘열차 접근 경보 애플리케이션(앱)’은 운행 중인 철도차량 운전실에 설치된 내비게이션 앱과 연동돼 있다. 선로변 작업자는 모바일 앱을 통해 인근에 운행 중인 열차의 위치를 GPS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고 관제사와 기관사는 작업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열차가 작업자 위치로부터 2km 접근한 지점에서 경보가 울리기 시작해 작업구간을 안전하게 통과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알람을 보낸다.
한국철도는 노후 철도 차량과 시설물 교체 및 유지보수 장비 현대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한 안전 체계 구축에 최근 2년간 약 2조8000억 원의 안전투자를 시행했다.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1조8000억 원의 안전투자를 흔들림 없이 집행할 계획이다.
이 같은 한국철도의 노력으로 철도사고·장애의 발생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철도사고(10건)는 2019년(20건) 대비 절반에 불과하고 열차 지연과 같은 운행 장애도 2019년 222건에서 26% 줄어든 164건을 기록했다.
한국철도 관계자는 “과학적이고 스마트한 철도 안전체계를 구축하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 도입해 철도 분야에 선제적 예방 안전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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