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시대 ‘뮤지컬 큰손’부상
‘시카고’ ‘위키드’ 관객 절반넘게 차지… 국내 뮤지컬 주류관객층 3040 추월
“팬데믹 기간중 지속된 공연관람… 20대 새로운 놀이문화로 떠올라”
‘가심비’ 선호 20대 소비패턴 영향… SNS 활용 마케팅 다변화도 한몫
뮤지컬 시장에서 20대 관객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010년 이전에는 뮤지컬의 연령별 관객 비중에서 20대가 가장 큰 몫을 차지했다. 그러나 2011년 처음으로 30대가 20대를 넘어선 후 10년 동안 국내 뮤지컬 시장의 주류 관객층은 30, 40대로 굳어져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시 20대 관객이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작품과 캐스팅에 따라 소소한 차이는 있지만 대극장 뮤지컬의 경우 20대의 뮤지컬 소비가 눈에 띄게 늘었다. 제작사 관계자들은 “로비에만 나가 봐도 젊은 관객층이 확 늘어난 게 느껴진다”며 놀라는 분위기다.
최근 20대 관객층에게 가장 각광받고 있는 작품 중 하나는 신시컴퍼니의 뮤지컬 ‘시카고’다. 국내 최대 공연 티켓 예매처인 인터파크에 따르면 올해 시카고 서울 공연의 연령대별 관객 비중은 7일 기준 20대 57.6%, 30대 22.6%, 40대 8.8% 순으로 조사됐다. 동일 작품의 바로 직전 시즌인 2018년에는 20대 33%, 30대 31.7%, 40대 22%였다. 이번 공연에서 20대의 비중이 무려 24.6%포인트 증가하며 절반을 훌쩍 넘었다.
올 상반기 다른 대극장 뮤지컬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위키드’의 경우 직전 시즌인 2016년 20대 관객은 38%에서 올해 50.1%로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30대 관객은 31.9%에서 29.3%로 소폭 줄었다. ‘팬텀’ 역시 20대 관객 비중이 2018년 28.6%에서 42.9%로 늘었다. ‘드라큘라’(44.1%), ‘레드북’(53.2%) 역시 20대 예매자의 비율이 전 세대 중 가장 높다. 전 연령대로부터 고르게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맨 오브 라만차’ 역시 20대의 비중이 소폭 증가했다.
중소형 극장 공연을 포괄한 뮤지컬 장르 전체 예매자를 놓고 봐도 20대 관객층의 증가는 두드러진다. 인터파크가 2016년과 2021년 상반기(1월 1일∼6월 30일) 뮤지컬 예매자의 연령대 분포를 분석한 결과 20대는 24%에서 33.5%로 증가했다. 30대는 같은 기간 49.0%에서 35.4%로 줄었다. 40대는 20.8%에서 21.4%로 다소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기간 중 ‘셧다운’ 없이 지속된 공연 관람이 20대에게 새로운 놀이 문화로 떠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노민지 클립서비스 PR전략팀장은 “팬데믹 이전에 여행, 외식, 콘서트 등 외부 활동을 활발하게 했던 20대가 이런 활동들이 막히자 대체재로 공연을 택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가격대보다 심리적 만족을 우선시하는 ‘가심비’ 선호 소비 패턴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대극장 공연의 VIP 티켓의 경우 최고 14만∼15만 원에 달해 20대에겐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20대의 소비 기준은 급변하고 있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20대 관객층은 자신의 취향과 맞기만 한다면 다른 세대에 비해 문화 소비에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최근 뮤지컬 ‘위키드’로 생애 첫 뮤지컬 관람을 했던 고윤성 씨(26)는 “공연을 보기로 결정하고 나면 가격은 크게 중요치 않다. 어떤 작품으로 얼마나 만족감을 얻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제작사의 온라인 마케팅 다변화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시카고’에 출연한 배우 최재림의 극 중 복화술 영상은 조회수 100만 회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온라인 ‘밈’이 돼 화제였다. 백현지 신시컴퍼니 홍보담당자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해당 프레스콜 영상이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이 활발한 20대 사이에서 극 중 장면과 작품이 널리 알려진 계기”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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