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철수하자 위기 맞은 아프간…탈레반 맞서 총 든 여성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8일 10시 32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 전쟁’의 종료를 선언하며 철군을 결정한 이후 무장세력 탈레반이 첫 지방정부 공격을 개시했다고 7일(현지 시간) 영국 BBC가 보도했다. 탈레반은 미국과의 약속도 깨며 정부 건물을 불태웠고 감옥을 습격했다. 탈레반의 위협이 커지자 아프간 여성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최근 미군이 아프간 바그람 공군기지에서도 철수한 가운데 갈수록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외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걸었던 아프간 철군 명분에 갈수록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BBC에 따르면 이날 탈레반은 아프간 북서부 바드기스 주(州)의 지방 수도인 칼라 이 나우(Qala-e-Naw)를 공격했다. 이는 미군이 아프간 철수를 결정한 이후 발생한 첫 탈레반의 지방 정부 공격이다. 탈레반은 감옥을 습격해 400명 이상의 수감자들을 풀어줬다. 히샤무딘 샴스 바드기스 주지사는 자신이 칼라 이 나우에서 탈레반군을 목격했고, 이어 정보국 본부 건물이 불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세 방향에서 작정하고 도시를 공격해 들어왔다.

외신에 따르면 미군이 아프간 곳곳에서 철수를 진행하는 가운데 최근 몇 주 동안 탈레반이 수십 개 지역을 새로 장악했다. 현재 아프간 국토의 약 3분의 1이 탈레반 지배 지역이고, 그 세력은 매일 커지고 있다.

BBC에 따르면 탈레반과 미군은 애초 미군 철수를 놓고 협상할 때 그 조건으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관할 지역은 공격하지 않는다’는 조건에 합의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미군이 떠나자 이 약속을 깨고 주요 도시에서 아프간 정부군을 공격하고 있다. 아프간 정부군도 탈레반에 맞서기 위해 공습을 실시하고 특수부대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민간인 사회에서는 다시 ‘탈레반 공포’가 퍼지고 있다. 탈레반은 이전에도 자신들이 점령한 지역에서는 민간인을 공개 처형하고, TV 등 서양문물의 소지 및 이용을 금지해왔다. 또 10살이 넘은 여자 아이들은 학교에 못 다니게 하는 등 만행을 일삼았다. 특히 여성들은 탈레반 치하에서 심각한 인권 유린에 시달렸다.

사태가 이렇게 돌아가자 위협을 느낀 아프간 민간인 여성 수백 명이 ‘반(反) 탈레반’ 구호를 외치며 총을 들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총 든 여성들이 거리를 행진하기도 했다. 아프간에서 정부군 소속이 아닌 일반 여성들이 총으로 무장하고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 아프간 여성은 “우리는 총을 들길 원하지 않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돼서 다들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총기 및 군사 훈련에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이 떠난 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일어선 것이다.

아프간 주변국에서는 ‘난민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아프간에서 탈레반이 다시 활개를 칠 경우 아프간 민간인들이 위협을 피해 대거 인접국으로 국경을 넘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인접국 이란은 “미군이 아프간에서 실패했고, 결국 아프간에 더 큰 피해를 남겼다”고 비난했다. 아쉬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정부군이 탈레반을 저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최근 1000명 이상의 정부군이 인접국 타지키스탄으로 도망갔다는 보도도 나왔다. BBC는 더 많은 아프간 정부군이 탈레반을 피해 인접국으로 도망갈 수 있다고 전했다.

BBC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은 아프간 테러범들이 다시는 서방에 대한 공격 음모를 꾸미지 못하도록 했고 때문에 미군 철수는 정당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바그람 기지에 주둔하던 미군이 아프간 정부에 알리지 도 않고 ‘한 밤 중’ 몰래 철수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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