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주식, 요동치는 가상자산(암호화폐)…. 기약 없는 시장에 지친 투자자들이 새롭게 관심을 보이는 투자처가 있습니다. ‘안전자산’ 중 하나로 꼽히는 미술품인데요. 신조어도 등장했습니다. ‘아트테크(Art-Tech, 예술을 뜻하는 Art와 재테크를 합성한 말로, 여러 사람이 적은 금액을 투자해 미술 작품의 소유권을 나누는 재테크)’라고 말이죠. 다만, 주의할 부분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아무리 안전한 자산일지라도, 사전에 반드시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하죠. 이에 점점 관심 받고 있는 아트테크 속에서 현명하게 투자할 수 있는, 도움될만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합니다.
미술품 투자에서 ‘아트테크’까지
최근 미디어에서 아트테크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하고 있다. 귀에 생경한 탓일까? 갑자기 등장한 신생 투자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뜻을 풀어보면 아트테크의 본질은 그리 낯설지 않다. ‘미술품을 대상으로 한 재테크’다. 미술품 재테크, 아니, 미술품 투자는 이미 과거 오래 전부터 오늘날까지 이뤄진 투자 방법 중 하나다.
미술품은 어떻게 투자 대상이 되었을까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미술품을 거래하기 시작한 건 17세기, 해상무역으로 네덜란드에 자본이 한창 넘쳐나던 시기부터다. 새롭게 등장한 부르주아들이 기존 귀족과 같은 선상에서 본인을 뽐내고 싶어하자, 그 모습을 본 화가들이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돈을 벌 수 있는 타이밍은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당시 교회를 위한 종교화만을 유일한 생계 수단으로 활용했던 화가들이 새로운 고객을 찾아 장르를 넓히기 시작했다. 이후 초상화, 풍경화, 정물화 등 부르주아를 겨냥한 작품이 시중에 쏟아져 나왔고, 이를 구매하는 고객(부르주아)이 늘어났다. 이어서 화가와 부르주아를 연결하는 ‘아트 딜러’가 하나둘 등장했다.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유통자, 오늘날의 미술시장 뼈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흘러 1900년대, 미술시장에 한 획을 긋는 일이 벌어진다. 주인공은 ‘곰 가죽’ 모임. 13명의 컬렉터가 한 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모인 집단이었다. 이들의 원칙은 아직 유명세를 타지 않은 신진작가의 작품을 수집했다가 10년 후 경매에서 되파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돈 될 만한 그림을 미리 사두는 것이었는데, 당시로서는 전무한 사례였던 데다 가격 상승을 보장하지 않는 작품에 투자하는 것이었으니 다소 무모하게 보였을 것이다. ‘곰 가죽’이라는 이름 역시 가죽 값부터 선금으로 받고 곰 사냥을 떠났으나 결국 한 마리도 잡아오지 못했다는 내용의 라퐁텐 우화에서 따 온 것이었을 정도다.
하지만, 우화 속 사냥꾼들과 달리 곰 가죽 모임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총 3만 프랑이 안되게 구입한 작품 145점이 10년 후 경매에서 총 11만 프랑 이상의 낙찰가를 기록한 것이다. 그 중에는 1,000프랑에 구매해 1만 1,500프랑에 되판 피카소 작품도 포함되어 있었다. 성공적인 미술품 재테크 사례가 약 100년 전에 일어났으니, 오늘날 아트테크 역시 결코 하루아침에 나타난 ‘반짝’ 투자는 아닌 셈이다.
미술품, 어디에서 만날까
원만한 투자가 이루어지려면 마땅한 시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법. 그 후로도 미술품 투자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해 왔다. 오늘날에는 1차 시장(primary market)과 2차 시장(secondary market)의 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1차 시장이란 미술품이 처음 거래되는 곳을, 2차 시장이란 이후 재거래의 장이 되는 곳을 뜻한다.
미술품 거래의 대표적인 1차 시장은 갤러리다. 갤러리는 1년 내내 미술품을 전시하는, 작품 감상을 위한 전시장으로도 오해 받지만 실질적으로 갤러리는 미술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해외에서는 유명한 아트 딜러가 본인의 이름을 걸고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주목할 점은 갤러리가 작품뿐만 아니라 작가와의 관계까지 다룬다는 것이다. 매니지먼트 회사가 가수를 길러내듯, 갤러리가 작가를 영입해 소속사 역할을 한다. 그리고 작가가 최대한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후 전시를 통해 작품을 판매하는 형태다. 갤러리가 1차 시장인 이유다. 따라서 구매자가 발품을 판다면 숨은 보석 같은 작품을 발굴할 수 있지만, 작품가와 그 책정 과정이 비교적 불투명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구매를 원할 경우, 갤러리스트를 통해 따로 가격을 확인해야 한다.
2차 시장은 경매사를 주축으로 이루어진다. 소더비(Sotheby's), 크리스티(Christie's), 국내에서는 서울옥션 등이 대표적이다. 경매의 가장 큰 특징은 작가가 아닌 미술품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인데, 미학적 가치보다 그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품을 다룬다. 때문에 동시대 생존 작가 작품보다는 대중으로부터 이미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온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의 거래 시간은 한 작품당 30초에서 1분으로 짧지만, 일반인들에게는 큰 금액이 오가는 탓에 거리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사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곳이다.
진행 방식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다. 현장 응찰과 서면 응찰로 시작해 전화 응찰까지 등장했으며, 최근에는 인터넷 경매 사이트와 협업해 온라인 실시간 경매 시스템도 구축했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기술까지 도입한 곳도 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탄생한 시장도 있었으니 바로 세계적인 미술 축제 '아트페어'다. 1980년대 초반, 미술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갤러리 대신 경매 현장으로 향하기 시작한 것이 그 계기였다. 가격 책정 과정이 비교적 투명하고 자본까지 탄탄해 작품 수급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는 경매사 앞에서 ‘그림 구매=갤러리’라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래였고, 갤러리들은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 했다.
그 방편으로 선택된 것이 아트페어다. 갤러리들이 서로 손을 잡고 아트페어에 참여해 ‘수수료 없음, 가격 흥정 가능, 미술계 인사들과 인맥 구축 가능’이라는 강력한 장점을 내세웠다. 오늘날 아트페어가 아트바젤(Art Basel), 프리즈(Freize), 국내의 경우 아트 부산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등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며 발전했다.
21세기 미술시장의 진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미술시장이 다양한 과정을 거치며 발전해 왔음을 읽을 수 있다. 이는 미술품에 대한 수요 역시 꾸준히 이어져 왔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그렇다면 유례 없는 팬데믹 사태와 기술의 발전으로 끊임없이 변화 중인 2021년 현재, 미술시장은 또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을까? 다음 번에는 그 결과로 탄생한 21세기형 미술투자 ‘아트테크’에 대해 짚어본다.
글 / TESSA 브랜드 마케팅팀 전하영 에디터 TESSA는 모바일 앱 기반 미술품 투자 플랫폼이다. 미술시장 전문 분석자료를 기반으로 블루칩 작가의 미술품을 엄선, 그 소유권을 소액으로 분할해 안정적으로 미술품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 이탈리아 근대미술의 거장 루치오 폰타나의 국내 최초 단독전을 개최하는 등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경험적 가치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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