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세계 곳곳에 파견된 미국 외교관들에게 인권과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외교현장에서 이를 앞세울 것을 주문했다. 주재국 인권단체, 시민사회와의 접촉을 정례화 할 것도 지시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북한 인권 관련 현안을 모두 들여다보고 있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움직임도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 시간)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16일 전 세계 미국 외교관 등 국무부 직원들에게 보낸 전문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지하는 것은 미국의 안보나 이해관계와 상충하지 않는다”며 “이것이 전 세계적으로 보호, 강화될 때 우리의 안보와 이익이 증진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교관들이 해당 국가, 특히 인권과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국가의 인권단체 및 시민사회 대표들과 정기적으로 접촉하라고 지시했다. 외교관들이 전문을 쓸 때는 해당 국가의 내부 움직임만 보고하지 말고 인권 상황에 대해서도 챙겨보라고도 했다.
국무부 당국자들이 해외로 출장 갈 경우에는 인권단체 등과의 모임을 일정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국무부 당국자들에게는 인권탄압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원조, 비자 금지 등 강구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찾아보라고 주문했다.
블링컨 장관은 외교관들이 인권과 민주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문제점을 인정해도 좋다고 했다. “우리는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맞서겠다”며 “고통스럽고 추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정직성은 우리의 글로벌 리더십을 깎아내리려는 비판과 냉소를 무력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선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 1월 의회 난입 사태 등을 놓고 러시아와 중국 같은 나라들이 “당신들 문제나 신경 쓰라”며 공격하고 있는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폴리티코는 이에 대해 “인권과 민주주의 증진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구체적인 목표로 만들어가려는 시도”라며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협력이 필요한 국가들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던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을 깨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링컨 장관은 앞서 인종, 소수민족에 관한 유엔 특별조사관을 미국에 초청했다고 발표하면서 앞으로 인권을 다루는 유엔의 모든 조사관을 공식 초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바이든 행정부의 방침으로 주한미국대사관의 관련 활동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는 북한의 인권을 다루는 기관과 탈북자단체들이 몰려 있다. 한국 자체도 대북전단금지법과 언론의 자유 등 문제로 대내외적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인권백서 발간 활동을 해왔던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의 경우 정부의 압박으로 4년째 백서를 발간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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