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어로 번역한 아흐메드 씨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억압적인
여성에 대한 차별, 아랍과 비슷”
3월 출간 아랍어판 완판돼 재인쇄
“한국 여성 김지영의 이야기는 이집트 여성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82년생 김지영’을 번역하면서 전 세계 여성들의 삶이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15일 이집트 카이로 주이집트 한국문화원에서 만난 이집트인 번역가 마나르 아흐메드 씨(29)는 한국 여성의 삶을 다룬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아랍어로 번역한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영어, 일본어 등 이미 18개 언어로 번역돼 소개된 이 책은 올해 3월 아랍어판으로도 나왔다. 이집트 외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에서 출간됐다. 아랍어판 초판은 4개월 만에 다 팔려 이달 재인쇄에 들어갔다.
아흐메드 씨는 이 소설이 아랍권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요인이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히잡을 쓰고, 치마도 입지 못하고 밤에도 자유롭게 나가지 못하는 아랍 여성이 왜 한국 여성의 삶과 비슷하냐고요?”라고 물은 뒤 “여성에 대한 차별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억압적인데 그 점에서 몹시도 비슷하다”고 했다.
소설 속 김지영의 어머니 세대는 남자 형제들을 대학에 보내고 여성은 이들을 뒷바라지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는 “이는 이집트 전 세대에 무척이나 흔한 일”이라며 “나의 이모들도 삼촌들을 대학에 보내고 뒷바라지를 했기 때문에 익숙한 이야기”라고 했다.
‘92년생’ 아흐메드 씨는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아인샴스대 한국어학과를 졸업했다. 입학 당시엔 한류에 관심이 없었고 한국 기업 취업에 유리하겠다는 생각으로 선택한 전공이었다. 졸업 후 2015년부터 주이집트 한국문화원에서 사무를 보기 시작했는데 이때 소설가 한강의 작품을 접하면서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해 82년생 김지영을 읽은 그는 이 책에 이집트와 아랍 여성들도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해 번역에 나섰다.
유엔여성기구의 2013년 연구에 따르면 이집트 여성의 99%가 언어적 또는 물리적 성희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최근 이집트에서도 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한데 이들에게 한국의 김지영이 위안과 공감을 줬으면 한다”며 “우리 아이들에겐 우리가 살던 세상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 아랍 여성들이 이 소설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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