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이달 안에 해체 불가피”
유족들 “대체부지 마련 논의해야”
현장 찾은 송영길 “의미 있는 공간”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즉각 중단하라.” “광화문광장을 시민에게 돌려 달라.”
26일 오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한창인 공사장 주변에 시민들 간 고성이 오갔다. 이날 광장에선 세월호 참사를 기리기 위해 2019년 조성한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두고 유가족과 시민들 간의 실랑이가 계속됐다.
서울시는 이날 철거를 강행하려 했지만 유족 측이 다음 날 오전까지 철거를 미뤄 달라고 요청해 철거가 하루 연기됐다.
이달 초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추진에 따라 기억공간 철거 방침을 유가족에게 통보했다. 그 뒤 서울시가 전시물 등 사전 정리 작업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유족들의 저지로 무산됐다.
유가족 측은 협의체를 구성하고 대체 부지 마련 등 대안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세월호 관련 단체인 4·16연대는 “광화문광장이 아니더라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서울시는 철거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7월 중에는 해체가 불가피하다. 다른 장소 이전이나 광화문광장 공사 후 추가 설치 등은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관련 시설물이 들어선 건 2014년 7월 천막이 생기면서부터다.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하고 2019년 4월 세월호 기억공간이 설치됐다. 이후 유가족 협의 등을 통해 광장 공사 착공 전까지 운영을 연장했다.
시 관계자는 “지상 구조물 없는 열린 형태의 광장이 계획된 것은 전임 시장 때 확정됐고 이미 유족들에게도 수차례 안내했다”며 “계속 협조가 안 되면 철거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추모공간 마련에 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원순 전 시장의 재임 시절인 지난해 5월 발의된 ‘4·16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에 관한 조례개정안’에는 ‘시장이 희생자 추모행사나 공간 조성 등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박 전 시장의 사후인 같은 해 7월 16일 공포 시행됐다.
현장을 찾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평화적 촛불집회를 통해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바로잡은 의미 있는 공간”이라며 서울시의 철거 결정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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